재범률 44% 고공행진…번호판 교체 법안, 인격권·가족 피해 논란에 막혀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에 일반 차량과 구별되는 특수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 10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시 거세게 확산하고 있다. 처벌을 강화해도 재범률이 꺾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배경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 10명 중 4명은 재범자다. 2019년 44.1%를 기록한 이후 재범률은 42~45% 사이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40대(56%)와 50~60대(61%)에서 재범 비중이 특히 높고, 성별로는 남성이 88%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자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 특성상 음주운전 단속 건수와 재범 비율 모두 전국 평균 수준을 맴도는 것으로 집계된다.
'빨간 번호판' 주장의 핵심은 사전 억제와 심리적 압박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재발급받은 운전자에게 일정 기간, 예컨대 2년 동안 특수 색상의 번호판을 달게 해 경찰의 단속 효율성을 높이고 운전자 스스로 주변 시선을 의식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 취소 후 재발급 시 2년 이내 범위에서 특수 문자 등을 포함한 특수 번호판을 해당 운전자 차량에 부착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대 국회이던 2017년에는 이동섭 의원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낸 바 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해외 사례도 논거로 등장한다. 미국 오리건주는 붉은 글자가 인쇄된 노란 번호판을, 미네소타주는 'W'로 시작하는 특수 번호판을 음주운전 전과 차량에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련 제안이 모두 '부적격'으로 분류됐다. 번호판은 차종과 차량 용도를 분류하기 위한 장치이지, 범죄 행위 구분 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법무부와 경찰청 모두 부정적이다. 법무부는 "해당 운전자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는 등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이미 음주운전 행위로 인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이 종료된 상황에서 별도의 특수번호판을 부착하도록 명하는 것은 별도의 불이익 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른바 '이중처벌' 논란이다.
차량을 가족과 함께 이용하는 현실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자동차의 특성상 소유자 이외에 가족 구성원 등 다른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수번호판으로 인한 제재의 대상이 음주운전 재범자에 한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 소유 차량이나 렌터카를 통한 우회 가능성도 실효성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편, SNS상에서 '국민의 97%가 빨간 번호판에 찬성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이 수치는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에서 응답자의 97.7%가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제재 강화 필요성에 동의한 것인데, 음주운전 방지 대책 가운데 '특수번호판 부착'을 선택한 응답자는 14.7%였다. 음주운전 방지 강화 전체를 특수번호판 찬성으로 와전된 것이다.
번호판 논의와 별개로, 올 10월부터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인 '알코락'이 본격 시행된다.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된 재범자가 면허를 재취득하려면 반드시 차량에 이 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운전자가 숨을 불어넣어 알코올이 감지되지 않아야만 시동이 걸리는 방식이다. 정부는 알코락 시행과 함께 상습범에 대한 차량 압수 등 처벌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