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창작집단 오늘도 봄, 채수욱 연출의 〈사소한 것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채수욱 특유의 연출 방식으로 무대화한 작품으로, 제47회 서울연극제 우수상, 연출상, 신인 연기상 (박정현)을 수상했다. 한 대학에서 일어난 갑질과 비정규직 조교를 향한 가스라이팅과 조리돌림, 시험감독 사례비를 부당 수급한 사소할 수 없는 사건을 통해 사회 구조적 문제를 블랙코미디처럼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은 행정실장이 시험감독 사례비를 대리 수급하면서 계약직 직원한테 떠미는 고도의 허허실실 은폐의 기술을 보여주고,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일부 직원들의 일상화된 담합 방식의 공동전선 기술을 보여준다. 작품의 재미는 사소할 수 없는 사건을 대하는 극 중 인물들의 방식과 배우들의 연기, 연출 방식에 있다. 오브제, 맵핑, 개방적 무대로 시각화하면서도 그 틈새를 배우들의 캐릭터로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연출이 일방향으로 극을 진행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된 작품이다.
극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직장, 사회구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 상사, 동료 혹은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한마디로 사소한 것들에 목숨 건 이야기다. 출장비 2만 원도 따박따박 받고 싶어 하는 학장, 상사의 입맛대로 자유자재로 카멜레온식 처세술과 줄타기의 달인인 직원, 학장과 정서적으로 유착된 법인카드 사용의 달인 행정실장,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회계 담당 직원, 사소한 문제도 원칙을 주장하는 교직원, 뒷담화에 능숙하지만, 결정적일 때 침묵을 지키는 직원과 비정규직 조교가 극 중 인물이다. 연극은 인과관계로 일상화된 사소한 사건을 파헤쳐 가는 것보다 그 사건을 두고 바라보는 극 중 인물들의 이중적 태도에 주목한다.
무대는 대학 행정실을 배경으로 보이는 몇 개의 탁자가 끊임없이 배치와 방향을 바꾸며 하나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태도와 욕망, 심리와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탁자의 이동과 배우들의 반복적인 움직임의 장면 구성은 감사를 받는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 집단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대한민국 사회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로 확장된다. 예를 들면, 한 사건을 두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무대의 탁자들은 배우들의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위치가 변화되고, 그 변화로 드러나는 극 중 인물의 이중적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식이다.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영상 이미지들은 사소할 수 없는 것들을 사소하게 바라보는 사회구조에 만연한 반복적 일상성의 이미지들로 채워지면서도 무대 배경과 행정실의 기계적 사무노동 분위기를 연속적으로 시각화한다. 특히 배우들의 동일한 상황과 행위가 변주되며 반복되는 과정은 갑질과 횡령, 계약직 노동자의 불안정한 지위가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조직과 권력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현실임을 환기하게 한다.
채수욱 연출은 사실적인 재현보다 공간의 배치, 오브제, 배우들의 움직임, 영상으로 때로는 일상성을 탈피한 장면 전환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이들의 관계를 무대로 가시화했다. 속도감은 90분 동안 웃음의 틈새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소한 것들로 사건을 만들어내는 구조와 시스템을 바라보게 된다. 〈사소한 것들〉은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일상과 구조 속에서 우리 사회와 조직의 불편한 민낯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채수욱 연출은 "탁자라는 오브제의 변화 의도는 회전무대처럼 360도로 극 중 장면별로 점차 이동하면서 여러 시각으로 행정실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태도와 갑질, 계약직 문제, 사소할 수 없는 사건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시길 바랐어요. 사소할 수 없는데, 우리는 너무 사소하게 대하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고요."
심영민, 문예주, 박정현, 고병택, 최영도, 정서연, 김호준, 최은경, 백은경, 이기헌 배우들의 연기 콜라보가 상당하고 한 대학 행정실 분위기 그대로다. 특히 줄타기의 달인 김호준의 캐릭터와 연기가 상당하다. 학장(심영민)과 사무국장(고병택)의 연기는 현실감이 넘친다. 이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 중 '나는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다. 유의할 점은, 웃기면서도 생각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