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이호준] 반도체와 피지컬AI

입력 2026-07-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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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최근 정부가 내놓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지역 간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주전남 등 서남권에, 로봇·피지컬AI 중심 투자는 대구경북 등 영남권에 배정됐다. 규모부터 차이가 크다. 서남권 반도체엔 800조원, 영남권엔 다른 사업까지 포함해 312조원이 투자된다. 그중 대구경북 몫은 삼성전자가 구미에 약속한 로봇·AI 제조 혁신 투자 19조원 정도다.

대구경북의 상실감·박탈감은 크다.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선정 기준이나 방식이 투명하지 못한 탓이다. 사전 공모 절차도, 지역별 강점 고려도 없었다. 대구경북은 원전(原電)과 풍부한 낙동강 용수, 반도체 관련 산업 기반에 인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구미가 2023년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국 공모를 거쳐 정부가 선정했다. 그런데도 배제됐다.

반면 서남권은 발표 직후 전력·용수 의문부터 제기됐다. 정부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전력·용수 문제를 인정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稅收)로 조성한 기금을 전력·용수 공급 등에 투자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한마디로 전력·용수 인프라 확장에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지역 안배를 정교하게 했더라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로봇 모두 중요한 산업이다. 지역 배정에 '반드시'란 없지만 국가 정책 일관성과 실용·효율성 측면에서 지역별 강점을 살리지 못한 건 아쉽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고 했다. 10년 뒤 성장 동력, 중심 산업이 어떻게 재편돼 있을지 모른다. 공급 과잉이나 시장 포화로 반도체보다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AI 산업이 더 각광받게 될 수도 있다.

당장의 대세(大勢)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지 못했다고 원망·낙담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비록 이번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로봇·피지컬AI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선점에 쐐기를 박기 위해선 대구와 경북이 힘을 모아 휴머노이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유치해야 한다. 로봇·피지컬AI 기업과 기술, 투자, 인력이 모이다 보면,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반도체보다 더 효자가 돼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