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안동 정치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경북 정치의 대표적 보수 도시로 꼽혀 온 안동에서 사상 첫 더불어민주당 출신 시의회 의장이 선출됐다. 이는 단순히 의장 한 명이 바뀐 데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이 지방의회에 요구하는 정치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새롭게 구성된 안동시의회는 민주당 8석, 국민의힘 7석, 녹색당 1석, 무소속 2석이다. 어느 한 정당도 독자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시민들은 어느 한쪽에 절대 권한을 몰아주지 않았다. 대신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하고, 경쟁하면서도 지역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라는 민의를 의석에 담아냈다.
그 첫 신호는 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나타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에 후보 추천을 제안했고, 국민의힘이 추천한 무소속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의장단 구성부터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이제 시선은 13일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출로 향한다. 의장단에서 시작된 협치가 상임위원회까지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다시 정당 간 힘겨루기로 회귀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 상임위원회는 조례와 예산, 주요 정책을 심사하는 의회의 핵심 기구인 만큼 협치의 진정성은 위원장 배분 과정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더 큰 관심은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다. 지난 의회는 의회 내부의 정파 갈등은 물론 집행부와 충돌까지 이어지며 주요 현안마다 대립과 파행이 반복됐다. 정책보다 정치가 앞섰고, 견제는 때때로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행정과 의회가 맞설 때마다 시정은 속도를 잃었고, 그 부담은 결국 시민들의 몫이 됐다.
물론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견제는 갈등을 위한 갈등이 아니라 행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비판할 것은 분명히 비판하되,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정당을 넘어 힘을 보태는 것이 성숙한 지방자치의 모습이다.
안동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대응, 바이오 국가산업단지 조성, 문화관광 활성화, 지역 경제 회복 등 어느 하나 의회와 집행부의 협력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의회와 집행부가 대립에 머문다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건강한 긴장 속에서 협력한다면 안동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안동은 퇴계 이황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다. 퇴계는 '공론'(公論)을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공의 가치로 여겼다. 공론은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 세력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세우고 지켜야 할 기준이라는 뜻이다. 의회 역시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뜻을 담아내는 공론의 장이어야 한다. 시민들이 만들어 준 다양한 의석 분포 역시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화롭게 담아내라는 명령에 가깝다.
안동시의회는 이제 '누가 이겼는가'를 증명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지역을 발전시킬 것인가'를 보여 줘야 한다. 정당의 색깔은 달라도 민의의 색은 하나다. 시민이 부여한 다양한 정치적 색채를 갈등의 명분이 아니라 협치의 자산으로 만들 때, 이번 의회는 경북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