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
반시장적 정치 주도 경제 고스란히 보여줘
정치가 불안해지면 포퓰리즘 집착 막기 어려워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오랜 동맹국인 영국의 정치 현실을 작심 비판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에 실린 그의 인터뷰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장으로 읽힌다.
밴스 부통령은 "영국에서 지난 몇 년간 6명의 총리가 나온 걸 보면 영국 정치에서 뭔가가 대단히 고장났고 영국민이 큰 구조적 변화를 간절히 바란다는 생각이 든다"며 "누가 총리가 되든 영국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을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의 지적을 영국 사회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거치며 보수·노동당 중심의 양당 체제에 균열이 생겼고,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해 총리 재임 기간이 짧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마저 당내 세력 다툼 등에 밀려 사임을 발표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는 자성론이 고개를 든다. 가디언은 "총리 교체로 내각도 대폭 바뀌면서 장관들은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추진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새로운 총리도 장기 전략보다 정치적 생존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예측했다.
'브렉시트 10년'을 맞은 영국의 경제 현실은 어둡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둔화에 갇혀 있던 터였다. 경기 침체 장기화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을 부채질했다. 영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재정연구소(IFS) 전 소장 폴 존슨은 "국민들은 거의 20년 동안 생활 수준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 결과 누가 집권하든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EU 탈퇴 후 지난해 말까지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6~8% 쪼그라들었고, 투자는 12~13%, 생산성은 3~4% 떨어졌다. 브렉시트에 따른 높아진 불확실성과 무역장벽이 영국 경제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14년 만에 재집권한 노동당이 경제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한 것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된다. 스타머 총리는 경제 활성화와 공공 재정 안정을 최우선으로 각종 복지 삭감 정책을 발표했지만, 당내 반발을 마주해야 했다. 노동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중도좌파 색채를 지우면서 녹색당 등에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을 빼앗겼다는 비판이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영국개혁당의 급부상도 중도층의 민심 이반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음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앤디 버넘 하원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버넘은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외에 외교, 경제, 국방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스타머와 마찬가지로 버넘은 추가 차입에 반대하는 채권 시장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성난 유권자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