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성공하면 한국 경제 퀀텀점프할 것"
"반도체·제조업 경쟁력 동시 갖춘 한국이 유리"
"코스닥은 구조개혁 없인 신뢰 회복 어려워"
"대한민국은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제조 국가가 될 것입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존과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지금 시장을 단순히 반도체 업황이나 금리 사이클만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실제 산업으로 확산하는 '피지컬 AI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 "현재 AI 사이클, 산업혁명 초기 인프라 투자 단계"
고 본부장은 최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반기 증시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피지컬 AI를 제시했다. 생성형 AI 시대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세계에서 인공지능이 직접 움직이는 단계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산업과 증시 모두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그는 현재 AI 투자 사이클을 단순한 반도체 호황이 아닌 산업혁명 초기 인프라 투자 단계로 비유했다. 전력과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반도체 등 막대한 선행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후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제조업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 본부장은 "AI 산업은 인프라-모델-플랫폼-애플리케이션의 4단계를 거쳐 발전한다"라며 "지금 시장은 아직 인프라 구축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결국 가장 큰 수익은 애플리케이션 단계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지컬 AI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된다면 한국 제조업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라며 "결국 반도체와 제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한국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AI 경쟁을 미국과 중국의 체제 경쟁으로 규정했다. 중국은 국가가 직접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기업이 이를 수행하는 국가자본주의 모델인 반면 미국은 민간 기업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고 본부장은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막대한 자본이 몰리고 있다"라며 "지금의 AI 투자 열풍도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패권 경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시 생성형 AI를 미국과 경쟁하려 하기보다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피지컬 AI 확산 여부가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대한민국은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자동차와 조선, 방산, 공장 자동화, 물류까지 피지컬 AI가 적용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I는 결국 현실 세계에서 데이터를 모아야 발전한다"라며 "한국은 제조 현장이 많고 산업 데이터도 풍부하기 때문에 피지컬 AI 시대에는 오히려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반도체 사이클 안 끝났다…골디락스냐 캐즘이냐 문제"
최근 반도체 주가가 단기 조정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인 상승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고 본부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것이 아니라 피지컬 AI가 얼마나 빨리 상용화되느냐를 기다리는 과정"이라며 "일시적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큰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부에서는 반도체 사이클이 끝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며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연산 능력과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지고 반도체 수요 역시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선도 기업들이 피지컬 AI를 성공시키면 데이터센터와 로봇,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AI 반도체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직접 반도체 생산 기반까지 고민하는 것은 병목현상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공급 부족은 AI 경쟁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 본부장은 "만약 피지컬 AI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되면 AI 투자 사이클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이 될 수 있다"라며 "반대로 상용화가 지연되면 투자 공백기인 캐즘이 나타나면서 관련 산업 전반이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테슬라를 피지컬 AI 시대의 분기점으로 꼽았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완전 주행차 '사이버캡'이 상용화되고 실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시장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 본부장은 "결국 시장은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사이버캡이 실제 대량 생산 단계에 진입하는지를 가장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상업성을 입증하면 AI 산업 전체의 투자 속도가 한 단계 더 빨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AI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실제 산업으로 확산, 관련 반도체와 장비, 제조업 전반이 다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도 결국 피지컬 AI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경부고속도로와 초고속 인터넷망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켰듯 피지컬 AI 인프라 구축도 그에 버금가는 국가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라며 "성공하면 한국 경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고, 실패하면 막대한 비용만 남게 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 "레버리지 ETF, 변동성 더 키워…외국인엔 ATM 같은 시장"
하반기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꼽았다.
고 본부장은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로 유입됐던 자금 일부가 다시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화당 내 '기술 가속주의 성향'이 강화할 경우 AI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도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 본부장은 "미국 정치 일정은 결국 AI 산업 규제와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며 "투자자들도 이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에 대해서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선물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고 본부장은 "현재 국내 선물시장은 사실상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라며 "야간 선물시장에서 방향이 크게 움직이면 프로그램 매매와 ETF 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현물시장 변동성이 증폭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레버리지 ETF는 선물 비중이 높아 지수 변동을 더 확대하고, 여기에 신용거래 투자자의 반대매매까지 겹치면 시장 충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라며 "몇 차례만 시장을 흔들어도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이 일종의 'ATM'처럼 보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 투자자라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릴 필요는 없지만, 신용거래나 단기 매매를 하는 투자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시장"이라며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반복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국내 시장에서 제도권으로 관리하는 측면도 있다"라면서도 "문제는 단기 투기 수요가 과도하게 몰린 점"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구조개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이야기하지만 유통시장 투자자들은 이미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며 "상장 이후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계속 남아 있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처럼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은 과감히 퇴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라며 "좋은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정리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투자자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