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250주년 연설서 "반공" 외쳐

입력 2026-07-05 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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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방불, 재임 성과 과시 '이념전 고삐'
중간선거 앞두고 민주당 견제 포석
이란전·SAVE법도 치적으로 내세워
폭염 이은 폭풍우 속 밤 11시 강행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에서 재임 중 성과를 과시하는 한편 이념 전쟁의 고삐도 죄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진영을 견제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서 채택 이후 이어진 미국의 역사를 되짚으며 "미국은 결코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는 패배자이며,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산주의에 맞서 싸운 역사를 강조하는 대목에서 6·25전쟁 당시 미군과 중국군이 정면으로 충돌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패트릭 핀 해병 상병과 루디 미킨스 일등병을 무대로 불러 소개하고 노고를 치하했다.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열린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열린 '경의를 표하다, 미국(Salute to America)' 기념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밖)이 연설하는 가운데, 퇴역 미 해병대 참전용사 패트릭 핀(왼쪽)과 퇴역 해병대 일병 루디 미킨스(가운데)가 가족들과 함께 무대 위에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이날 연설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기에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지도국으로서 공산주의에 맞서온 역사를 환기했다. 다만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등 최근 약진하는 민주적 사회주의 세력을 겨냥한 발언과 맞물리면서,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 공세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세를 방불케 한 이날 연설의 형식 역시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공산주의)은 암과 같아서 잘라내야 한다. 그것도 빨리 잘라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나라 안에 공산주의자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지켜내길 원한다"며 "우리는 'SAVE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AVE 법(SAVE America Act)'은 유권자 신원 확인을 강화하는 선거 개편 법안으로,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과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고 우편투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을 두고, 미국 일각에서 제기돼 온 '부정투표론'에 힘을 싣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을 동원한 성과도 과시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를 보라. 이란을 보라"며 "우리는 이란 해군 전체를 격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50년간 여러 강대국이 흥망을 거듭했다는 점을 짚으며 "250년 동안 미국은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희망이자 약속이었고, 빛이자 영광이었다. 미국이라는 공화국은 여전히 우뚝 서 있으며 굳건하다"고 역설했다.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몰 상공에서 열린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몰 상공에서 열린 '경의를 표하다. 미국 250(Salute to America 250)' 축하 행사 중, 미 공군 F-22 랩터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는 신형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이 비행하고 있다. 미 동부 지역 일대에 38도를 웃도는 극심한 폭염이 덮친 가운데서도 미국 전역에서는 건국 25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AFP 연합뉴스

이날은 궂은 날씨가 행사의 발목을 잡았다. 낮에는 체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저녁 무렵에는 폭풍우가 몰려들면서 관중이 인근 건물로 대피하는 소동 끝에 연설이 두 시간가량 미뤄졌다가 재개됐다.

내셔널몰 상공에서는 전투기 편대가 저공비행하며 에어쇼를 펼쳤다.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에는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워싱턴DC 당국은 이날 40분간 이어진 불꽃놀이로 세계 신기록에 도전했다.

시민들은 성조기를 본뜬 의상이나 배트맨 복장, 독립전쟁 시기에 유행한 삼각모 차림으로 축제를 즐겼다. 군악대가 'YMCA'와 '스위트 캐롤라인' 등을 연주하자 관람객들은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USA"를 연호했다.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축제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축제 '그레이트 아메리칸 스테이트 페어'가 악천후로 중단된 가운데, 대피한 시민들이 미 국립문서보관소 건물 아래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린 이날 행사는 오후 7시경 기상 악화로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가 오후 9시 45분경 재개됐다. AFP 연합뉴스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가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미 해병대 전쟁 기념비(이오지마 기념비) 뒤편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가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미 해병대 전쟁 기념비(이오지마 기념비) 뒤편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