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딛고 선 의지' 삼성 라이온즈 김백산, 1군 데뷔전서 프로 첫 승 신고

입력 2026-07-03 12:41:35 수정 2026-07-03 13: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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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산, 1군 데뷔전서 5⅔이닝 무실점 역투
신인 드래프트 2번 낙방, 실패 딛고 첫 승리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승리투수가 된 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동료들의 축하 물 세례 덕분에 온 몸이 흠뻑 젖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승리투수가 된 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동료들의 축하 물 세례 덕분에 온 몸이 흠뻑 젖었다. 채정민 기자

성공은커녕 뛰기도 쉽잖다. 프로야구 무대가 그런 곳이다. 정식(등록) 선수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1군에 안착하긴 더 힘들다. 육성 선수(연습생)가 잘하면 '신화'란 말을 붙이는 이유다.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연습생 신화'를 쓸 태세다.

오른손 투수 김백산은 23살 '늦깎이 신인'.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기대를 걸긴 쉽지 않았다. 이날이 1군 등록일이자 1군 첫 데뷔전이었기 때문. 떨릴 법도 했다. 하지만 김백산은 흔들리지 않고 호투를 이어나갔다.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겉보기와 달리 속으론 많이 긴장했다. 경기 후 만난 김백산은 "1회엔 너무 떨려 헛구역질도 났다"며 "최일언 코치님께서 매번 1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하라 하셨다. 한 타자, 한 타자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던지라고 하셨다. 그게 정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날 김백산의 공은 묵직했다. 최고 시속 149㎞에 이르는 속구에다 슬라이더, 스위퍼(옆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더), 커브 등을 잘 섞어 던졌다. 최종 성적은 5⅔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는 75개. 생애 처음 1군 무대에 선 투수라고 믿기 힘든 호투였다.

삼성 라이온즈 김백산이 올해 초 전지훈련에서 연습 투구하는 모습.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 김백산이 올해 초 전지훈련에서 연습 투구하는 모습. 삼성 제공

김백산에게 1군으로 간다는 얘기가 전해진 건 경기일 이틀 전. 박진만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퓨처스리그(2군)에서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고, 안정감이 있는 투수란 보고를 받았다"며 "투구 수엔 제한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5이닝만 버텨주면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김백산은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첫 공을 던졌을 때 '감'이 왔다. 그는 "첫 타자에게 첫 공을 던지자마자 '아, 오늘 잘 되겠다'는 느낌이 딱 왔다"며 "중간에 잠시 균형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던지니 다시 괜찮아졌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백산의 프로필 사진.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 김백산의 프로필 사진. 삼성 제공

팀이 6대1로 이겼다. 김백산은 승리투수가 됐다. 육성선수 출신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건 역대 두 번째. 경기 후 동료 투수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축하 의미를 담은 물 세례. 이승민, 이재희는 아이스박스 속 얼음물을 들이부었다. 김백산의 눈물이 얼음물과 섞였다.

눈물이 날 만했다. 그만큼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승리란 기쁨까지 맛봤기 때문. 김백산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강릉고 졸업 후에도, 부산과학기술대 졸업 후에도 그를 지명한 구단은 없었다. 그러다 육성 선수로 뛰겠냐는 삼성의 제안에 응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승리투수가 되자 동료들이 축하 물 세례를 퍼붓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승리투수가 되자 동료들이 축하 물 세례를 퍼붓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승리투수가 되자 동료 투수들이 축하 물 세례를 퍼붓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승리투수가 되자 동료 투수들이 축하 물 세례를 퍼붓고 있다. 채정민 기자

김백산은 "너무 힘들었지만 자꾸 야구 생각만 났다. '1년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다"며 "2025년 함께 육성 선수로 들어온 (김)상준이 형이 '육성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걸 우리가 같이 보여주자, 힘내자'고 말했다. 그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고 했다.

내야수 김상준이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 역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 '낙방'한 경험이 있는 선수. 5월 3일 1군 데뷔전을 치렀고, 이틀 뒤 두 번째 출전 경기였던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프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매일신문 3일자 14면 보도). 이어 김백산도 날아올랐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백산의 2일 경기 전 1군 기록. KBO 홈페이지 제공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백산의 2일 경기 전 1군 기록. KBO 홈페이지 제공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백산의 2일 경기 후 1군 경기 기록. KBO 홈페이지 제공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백산의 2일 경기 후 1군 경기 기록. KBO 홈페이지 제공

마운드에선 누구보다 든든했다. 하지만 평소 모습은 수줍음 많은 신인. 김백산은 "TV에서만 보던 선배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꿈같다.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고 너무 신기하다"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창원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