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산, 1군 데뷔전서 5⅔이닝 무실점 역투
신인 드래프트 2번 낙방, 실패 딛고 첫 승리
성공은커녕 뛰기도 쉽잖다. 프로야구 무대가 그런 곳이다. 정식(등록) 선수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1군에 안착하긴 더 힘들다. 육성 선수(연습생)가 잘하면 '신화'란 말을 붙이는 이유다. 삼성 라이온즈의 김백산이 '연습생 신화'를 쓸 태세다.
오른손 투수 김백산은 23살 '늦깎이 신인'. 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기대를 걸긴 쉽지 않았다. 이날이 1군 등록일이자 1군 첫 데뷔전이었기 때문. 떨릴 법도 했다. 하지만 김백산은 흔들리지 않고 호투를 이어나갔다.
겉보기와 달리 속으론 많이 긴장했다. 경기 후 만난 김백산은 "1회엔 너무 떨려 헛구역질도 났다"며 "최일언 코치님께서 매번 1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하라 하셨다. 한 타자, 한 타자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던지라고 하셨다. 그게 정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날 김백산의 공은 묵직했다. 최고 시속 149㎞에 이르는 속구에다 슬라이더, 스위퍼(옆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더), 커브 등을 잘 섞어 던졌다. 최종 성적은 5⅔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는 75개. 생애 처음 1군 무대에 선 투수라고 믿기 힘든 호투였다.
김백산에게 1군으로 간다는 얘기가 전해진 건 경기일 이틀 전. 박진만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퓨처스리그(2군)에서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고, 안정감이 있는 투수란 보고를 받았다"며 "투구 수엔 제한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5이닝만 버텨주면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김백산은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첫 공을 던졌을 때 '감'이 왔다. 그는 "첫 타자에게 첫 공을 던지자마자 '아, 오늘 잘 되겠다'는 느낌이 딱 왔다"며 "중간에 잠시 균형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던지니 다시 괜찮아졌다"고 했다.
팀이 6대1로 이겼다. 김백산은 승리투수가 됐다. 육성선수 출신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건 역대 두 번째. 경기 후 동료 투수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축하 의미를 담은 물 세례. 이승민, 이재희는 아이스박스 속 얼음물을 들이부었다. 김백산의 눈물이 얼음물과 섞였다.
눈물이 날 만했다. 그만큼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승리란 기쁨까지 맛봤기 때문. 김백산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강릉고 졸업 후에도, 부산과학기술대 졸업 후에도 그를 지명한 구단은 없었다. 그러다 육성 선수로 뛰겠냐는 삼성의 제안에 응했다.
김백산은 "너무 힘들었지만 자꾸 야구 생각만 났다. '1년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다"며 "2025년 함께 육성 선수로 들어온 (김)상준이 형이 '육성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걸 우리가 같이 보여주자, 힘내자'고 말했다. 그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고 했다.
내야수 김상준이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 역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 '낙방'한 경험이 있는 선수. 5월 3일 1군 데뷔전을 치렀고, 이틀 뒤 두 번째 출전 경기였던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프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매일신문 3일자 14면 보도). 이어 김백산도 날아올랐다.
마운드에선 누구보다 든든했다. 하지만 평소 모습은 수줍음 많은 신인. 김백산은 "TV에서만 보던 선배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꿈같다.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고 너무 신기하다"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창원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