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3.2% 올라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은 24.7% 치솟았고,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렸으며,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공급 불안도 커졌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덕분에 물가상승률을 0.4%포인트 낮췄다고 자평(自評)한다. 그런데 기름값을 억제한다고 국제유가가 내리지 않으며, 할인 행사로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도 폭염으로 줄어든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지 못한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동안 물가 인상 요인은 그대로 쌓인다. 가격 억제 비용은 정부 재정이고, 결국 세금으로 충당(充當)해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을 권고(勸告)한 이유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유가, 환율, 이상기후 등 공급 요인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임금 상승, 서비스 가격 상승 등 수요 요인까지 겹쳤다.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물가를 밀어 올리는 복합(複合)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유가가 조금 안정된다고 해서 물가가 잡히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성과급과 임금은 소비 증가와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가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2.5%까지 오른 것도 같은 흐름을 보여 준다. 한국은행이 국제유가 하락에도 상당 기간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 한은은 결국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담은 반도체 호황의 수혜(受惠)를 누리는 기업보다 자영업자, 저소득층, 변동금리 대출자들에게 먼저 돌아간다. 성장의 과실은 일부에 집중되고 긴축의 비용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가격표를 잠시 붙잡아 둘 수 있을 뿐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은 남아 있다. 공급 기반 확충과 생산성 향상, 시장 체질 변화 등을 꾀하지 못한다면 물가는 다시 오른다. 성장률 운운하며 경제가 성장한다고 자랑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