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구민수] 대구라는 거대한 시골

입력 2026-07-02 18:04:55 수정 2026-07-02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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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수 경제부 기자

구민수 경제부 기자
구민수 경제부 기자

매년 6월이면 제주를 찾는다.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제주의 풍경은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바다는 짙어지고, 숲은 푸르며, 바람마저 상쾌하다. 올해는 예년보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4박 5일간 제주에 머무는 동안 주요 관광지에서는 한국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비슷한 느낌을 서울역에서도 자주 받는다. 가끔 들르는 서울역은 이미 명실상부한 국제도시의 관문처럼 보인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와 서울에서 한껏 상기된 채 대구로 돌아온 날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다. 대구공항이나 동대구역은 제주, 서울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차분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공항에도, 기차역에도 사람이 적어 보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좀처럼 찾기 어렵다. 도시라기보다 거대한 시골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개개인이 느끼는 감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올해 초 광역별 방한 외국인 관광객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외국인 방문 비율은 서울 77.3%, 부산 16.4%, 제주 10.5% 등 일부 도시로 집중됐고 다른 지역은 대부분 2019년 대비 방문 비율이 하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서울 1천346만 명, 부산 286만 명, 경기 197만 명, 제주 183만 명, 인천 113만 명 순으로 많았다. 반면 대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9년 61만 명에서 지난해 20만 명으로 감소했고, 전국과 비교한 방문 비율도 3.5%에서 1.2%로 하락했다.

외국인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대구에 사는 젊은 층도 점점 도시를 떠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의 전체 순유출 인구는 1천725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20~29세 순유출이 1천267명으로 전체의 73.4%를 차지했다. 도시의 미래를 이끌 청년층이 가장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대구 경제도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 산업의 활기는 예전 같지 않고, 굵직한 국가 프로젝트에서도 대구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정치력의 부재도 뼈아프다. 정부의 반도체 투자 논의는 광주·전남 위주로 흘러갔고, 행정통합이라는 정치적 성과 역시 광주·전남이 먼저 이뤄냈다.

올해 지방선거의 세대별 표심을 놓고 보면 서울과 대구는 정반대의 장면을 보여준다. 서울에서는 2030, 특히 청년 남성층의 보수 쏠림이 선거의 주요 변수로 부각됐다. 이른바 '청년 보수화'가 수도권 정치 지형의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셈이다.

그러나 대구의 흐름은 달랐다. 보수 정당의 절대 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5%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단순한 선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방송사 출구조사와 연령별 투표율, 실제 개표 결과 등을 종합한 추정 분석에서는 김 후보가 30~50대에서 상당한 변화 표심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의 젊은 세대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시가 정체되고, 청년이 떠나고, 외부의 시선에서도 멀어지는 상황을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민심을 표현한 것이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1일 취임사에서 "대구 시정의 최우선 화두는 경제"라며 "기업이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대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대구라는 거대한 시골이 다시 도시의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