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30주년 맞은 코스닥시장…거래소, '좀비기업' 퇴출하고 '기술특례' 넓힌다

입력 2026-07-02 13: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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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문턱 높이고 첨단로봇·사이버보안·K콘텐츠 맞춤 심사 도입
퇴출은 빠르게, 회생은 까다롭게…"시총 기준 최대 50곳 상폐 대상"
획일적 심사 벗고 맞춤형 평가로…업종별 질적심사기준 첫 도입

전한신 기자
전한신 기자

개장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시장이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 한국거래소는 부실·한계기업에 대한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로봇·사이버보안·K-콘텐츠 등 신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기술특례 상장 심사기준을 마련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과 기업공개(IPO)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정책 방향 설명회'에서 코스닥 퇴출제도 개편과 업종별 질적 심사기준을 소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김성찬 공시부 공시제도팀장이 코스닥 퇴출제도와 형식심사 제도개선 사항을, 오재화 상장관리부 기획심사팀장이 업종별 질적 심사기준을 각각 발표했다.

먼저 김 팀장은 이날 코스닥 퇴출제도 개편 내용을 설명하며 하반기부터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현재 정확한 수치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공시부에서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닥 기업 약 50개 안팎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형식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없지만, 이르면 다음 달 첫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형식적 상장폐지 제도는 상장규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을 대상으로 관리종목 지정 후 개선기간을 부여하거나 최종부도·2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면 즉시 상장폐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6월 30일 기준 최종 상장폐지가 완료된 코스닥 기업은 13사로 집계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정리매매 기업은 제외된 수치다.

김 팀장은 특히 이번 제도 개편으로 시가총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관리종목의 퇴출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일 동안 10거래일 연속 또는 누적 30거래일 이상 기준 시가총액을 회복하면 관리종목에서 해제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90일 가운데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충족해야 해서다.

그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기준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해제 요건은 대폭 강화돼 상당수 기업들이 시가총액 기준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의견 미달 제도도 강화됐다. 김 팀장은 "2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을 받은 기업은 이의신청 없이 즉시 상장폐지되며 시가총액 미달과 동전주 요건 역시 이의신청 절차 없이 상장폐지가 이뤄진다"며 "반면 주식분산 미달 등 개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기존처럼 이의신청과 개선기간 부여 절차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한신 기자
전한신 기자

이어 발표에 나선 오 팀장은 실질심사 제도의 취지와 함께 첨단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질적심사기준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상장법인은 보다 완화된 심사를 원하고 투자자는 부실기업이 퇴출되고 혁신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기를 바라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며 "거래소는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기업의 영업 지속성과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실질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첨단로봇 산업의 경우 제조기업과 솔루션 기업의 특성이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한 심사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성 평가에서는 정부 인증과 상용화 실적을 공통적으로 살펴보고 제조기업은 자체 설계·제조 역량과 양산 인프라, 품질관리 체계 등을, 솔루션 기업은 시스템 설계·구축·통합·운영 능력과 AI 연계 기술 등을 중점 평가한다. 성장성 측면에서는 인적·물적 투자 계획과 함께 국가 핵심산업에 대한 생산성 기여도와 글로벌 공급망 내 경쟁력도 주요 심사 요소로 반영할 계획이다.

사이버보안 분야는 정부와 공인기관의 인증 취득 여부, 상용화 실적, 실전 대응 경험 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삼는다. 보안 솔루션 기업은 원천기술과 최신 사이버 위협 대응 능력을, 보안 서비스 기업은 시스템 구축과 통합, 관제·운영 역량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산업 자동화와 AI 확산에 따른 사업 확장 가능성, 보안사고 예방 및 대응 체계 구축 여부도 질적심사 기준에 포함했다.

K-콘텐츠 산업은 콘텐츠 경쟁력과 해외 성장성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거래소는 주요 콘텐츠의 대중성과 지식재산권(IP) 확장성, 콘텐츠 발굴·육성 체계, 구독형 서비스 등을 통한 반복 매출 구조, 해외 수출 확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저작권 분쟁과 주요 인력 계약의 적법성, 수익배분 구조 등 콘텐츠 산업 특유의 리스크 관리 체계도 주요 심사 요소로 반영한다.

오 팀장은 "업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심사기준을 도입하면 심사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상장 준비 기업과 주관사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확대와 IPO 시장의 신뢰 제고, 투자자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산업 수요를 고려해 방산 분야에 대해서도 추가 질적심사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