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마두로 정권 27년… 인프라는 어디에
강진 닥치자 구조·수습 나설 중장비는 태부족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연거푸 닥친 강진에 베네수엘라의 국가 시스템이 마비됐다. 실종자만 7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구조와 수습에 나서야 할 정부 조직은 고사하고 장비마저 태부족이다. 베네수엘라에서 30년 가까이 지속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차비스모(Chavismo·차베스식 좌파 포퓰리즘 정치)의 암울한 유산이 지진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며 "부실한 대응으로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장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1999년 정권을 잡은 우고 차베스 정권과 그의 사후 바통을 넘겨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몰두한 포퓰리즘이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故) 차베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원유 관련 기업들을 국유화했다. 그리고는 원유를 수출해 거둔 수익을 복지사업에 썼다. 공공주택 건설 등에 썼는데 건설 과정에서 부실시공과 안전 점검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결국 이번 강진으로 시루떡처럼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FT는 베네수엘라가 원유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국가였지만 정권의 시장 개입과 포퓰리즘 정책에 속수무책이었다고 분석했다. 기존 행정조직 대신 대통령 직속 조직에 더 많은 역할을 맡겼고 이 과정에서 시장 기능은 약화됐다. 정권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부패가 만연했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도 차베스 정권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마두로 정권은 군과 정보기관을 반정부 시위 진압에 동원했고, 소방 장비보다 시위 진압용 물대포 구매를 우선했다. 이번 강진으로 구조작업에 뛰어든 국민들이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파헤친 이유였다. 국민들의 삶은 궁핍해졌다. 마두로 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75% 감소했고, 국민 4명 중 1명이 해외로 떠났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올해 초 마두로가 미국으로 압송된 뒤부터 임시대통령을 맡고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의 권위도 마찬가지였다. 지진 현장을 찾았던 그는 분노한 국민들로부터 "꺼져라"는 야유를 들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