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피아니스트 오금선 "음악으로 가까워진 한국·일본 꿈꿔요"

입력 2026-07-01 14: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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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선 슈필라움 대표가 연습실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오금선 슈필라움 대표가 연습실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달 14일 오후 대구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 선생의 '고향의 봄'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국가곡 듀오 콘서트-그리움'이 펼쳐졌다. 대구를 기반으로 꾸준히 한국 가곡을 알려온 바리톤 송민태와 도쿄에서 자란 피아니스트 오금선이 듀오로 한국 가곡을 선보인 자리였다.

게스트로는 대구경북에 사는 일본인으로 구성된 재한일본여성합창단 '이코이'(이하 이코이합창단)가 출연해 그리움을 주제로 한 일본 가곡을 들려줬다. 마지막엔 200여명의 관객과 출연자가 함께 '고향의 봄'을 불렀다. 관객들은 한국과 일본이 음악으로 소통한 감동적 무대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공연을 기획한 이는 오금선(47) 씨.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교류단체 슈필라움(SPIELRAUM) 대표, 이코이합창단과 청소년 앙상블 '유스스타 앙상블'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한다.

슈필라움은 음악 교류와 관련된 공연 기획 외에도 앙상블 운영, 피아노 레슨, 유아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리트믹 수업 등을 한다. 슈필은 독일어로 '놀다' '연주하다', 라움은 '공간'을 의미하는 단어로, 음악을 즐기는 매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지난달 29일 대구 중구 남산동 슈필라움 연습공간에서 만난 오금선 대표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건 음악"이라며 "음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보다 가까워지고 긍정적인 미래를 써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재일교포 3세로 도쿄 출신이다. 어떻게 대구로 오게 됐나.

▶독일 유학시절 한국인 남편을 만나면서다. 센조쿠 가쿠엔 음악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국립음대에서 피아노와 음악교육을 전공해 석사학위(Diplom)를 받았다. 10년 정도 독일에 살았는데, 그때 유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2008년 결혼을 하고 2011년 서울로 왔다. 이후 2년 뒤인 2013년 4월 남편의 직장을 따라 대구로 내려와 짐을 풀게 됐다. 벌써 13년이 흘렀다.

오금선 슈필라움 대표는
오금선 슈필라움 대표는 "음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보다 가까워지고 긍정적인 미래를 써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김도훈 기자

-이코이합창단은 어떤 계기로 창단하게 됐나.

▶한국에 들어올 시점을 전후해 연주자로서 공백기가 있었다. 2010년 큰 아들이, 2013년 둘째 아들에 태어나면서 육아에 전념했다. 대구에 와서는 1년쯤 쉬다가 2014년부터 피아노 레슨이나 리트믹 수업 등 아이들을 키우며 할 수 있는 음악 활동을 조금씩 시작하게 됐다.

2016년 무렵 일본 출신 엄마들이 꾸려가는 그림책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와 함께 이 모임을 오가며 엄마들과 소통했다. 음악에 관심 있는 몇몇 회원들의 "노래를 하고 싶다. 도와 달라"는 제안을 수락한 게 시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식 합창단 창단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듬해 3월 일본 오카야마의 한 민간단체가 한일교류 음악회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회원들에게 합창단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2017년 말 10명 정도가 모여 합창단을 창단했고 이듬해 3월 교류음악회에 참가하게 됐다. 합창단 이름인 '이코이'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의미한다. 타지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이나 스트레스 등을 노래로 즐겁게 풀어 보자는 뜻을 담았다.

이코이합창단의 가장 큰 장점은 함께 꾸려간다는 점이다. 외부에선 제가 운영한다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제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듯 단원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담당하며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저 포함 12명이 활동한다. 보통 2주에 1번 대구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요즘은 공연이 많아 1주일에 1차례씩 연습을 한다. 구미, 포항 등에서도 빠지지 않고 올 정도로 참석률이 좋다.

-2018년엔 슈필라움이란 음악교류단체를 만들었다.

▶음악을 통한 국제 교류를 목표로, 그동안 꿈꾸던 음악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단체를 만들게 됐다. 슈필라움을 통해 매년 제자들과 함께 '슈필라움 작은 음악회'를 열고 영아티스트 콘서트, 한일 피아노 교류음악회, 청소년 한일 음악교류회, 한국가곡 콘서트 등 직접 기획한 공연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선보여 왔다.

2022년 슈필라움 산하 청소년 연주 그룹인 '유스스타 앙상블'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17년 한일 교류음악회를 제안했던 일본 오카야마 음악단체 감독님과는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던 터였다. 제가 오카야마현을 방문했을 때 한일 청소년 음악단체 간 교류를 추진해보자는 의견을 냈고 감독님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유스스타 앙상블을 만들게 됐다. 이후 일본 측 문화교류기금을 지원받아 2023년 일본 오카야마현 공연을 시작으로 2024년 대구,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청소년 한일 음악교류회'를 진행했다.

오금선 슈필라움 대표의 피아노 앞에 놓여 있는 가곡
오금선 슈필라움 대표의 피아노 앞에 놓여 있는 가곡 '가고파' 악보. '가고파'는 오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곡이다. 김도훈 기자

-한국과 일본의 음악교류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일 음악교류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품게 된 건 독일 유학 시절이었던 것 같다. 2007년 클라리넷 연주자인 한국친구와 일본친구, 저 이렇게 셋이서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제가 처음으로 기획하고 추진한 공연이었다. 그때 음악을 통한 한일 교류의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한국에 살게 되면서 그런 열망이 점점 강해지게 됐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탓에 한국과 일본 어디에 가도 이방인이란 시선이 따라다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활동이 한일 음악교류라는 생각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기에 바쁘지만 즐겁게 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엔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국가곡 콘서트를 여는 등 한국가곡의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일본에 알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가곡이란 장르에 대해 잘 몰랐다. 2023년쯤 바리톤 송민태 선생님의 공연에 반주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 가곡을 처음으로 접했다. 멜로디와 가사가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한국이 고향인 할머니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송민태 선생님께 일본 공연을 제안했고, 선생님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 당시 모든 프로그램의 가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관객들이 한국가곡의 시적 정서와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받았다. 아쉽게도 할머니는 두 차례 연주회 때마다 병원에 입원 중이셔서 공연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한국 가곡 중에서 '가고파'를 가장 좋아한다. 이 곡을 들으면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일본 공연 때 연주를 하며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이 떠올라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서 한국가곡 공연을 여는 건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오는 가을에도 오사카에서 한국가곡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오금선 슈필라움 대표가 연습실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오금선 슈필라움 대표가 연습실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한일 음악교류를 통해 무엇을 꿈꾸나.

▶청소년 음악교류회를 예로 들자면 단순히 함께 무대에 서는 것 외에도 공연이 끝나면 늘 양국 청소년들은 교류의 시간을 갖는다. 언젠가 일본 공연을 마친 뒤 아이들이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음악으로 통할 수 있어 좋았다"는 애기를 했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하려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 거다.

사명감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음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조금 더 가까워지고 좋은 사이가 되는데 기여하고 싶다. 또 이런 일을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는 우호적인 문화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