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6조 서남권엔 '국가 총력전'…대구경북엔 곁불도 없다

입력 2026-06-30 16: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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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발표 하루 만에 광주서 별도 보고회…SK 470조·삼성 425조·앰코 1조 구체화
반도체특별위·메가특구·기업형첨단도시 '풀패키지' 지원…TK 소외는 더욱 선명해져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에 사실상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전날 '2천조 메가프로젝트' 발표에서 대구경북(TK)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비판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정부는 아예 광주에서 별도 국민보고회까지 열어 기업별 투자 계획과 범정부 지원책을 공개한 것.

투자 규모는 기존 800조원에서 896조원으로 확대됐고, 전담 조직과 규제 완화, 재정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서남권에 대한 전례 없는 지원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대구경북에 대한 추가 대책이나 균형발전 방안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광주서 별도 국민보고회…SK 470조·삼성 425조·앰코 1조

정부는 30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국토교통부·산업통상부·재정경제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SK하이닉스·삼성전자·앰코는 서남권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SK는 약 470조원을 투자해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짓는다. 앰코는 1조원을 들여 광주에 첨단 패키징 팹 공장을 증설한다. 세 기업의 투자액을 모두 합치면 896조원이다. 전날 발표한 '반도체 팹 800조원'이라는 수치에 AI 데이터센터·AI 컴퓨팅센터 투자분 등이 더해지며 서남권 전체 투자 규모가 한층 구체적인 모습을 갖춘 것이다.

정부는 서남권 투자를 뒷받침할 전담 조직도 별도로 꾸린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반도체특별위원회'와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을 설치해 서남권을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 댐과 하수 재이용수 등을 활용한 용수 공급, 발전설비·송전망 구축,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5년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까지 마련됐다. 인재 양성을 위해 Arm 스쿨과 남부권 반도체 공대도 별도로 추진한다.

투자 환경 조성도 파격적이다. 정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메가특구법에 따라 서남권에 최소 1개 이상 메가특구를 지정해 각종 규제를 일거에 해소하고,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은 정부가 최대 100%까지 지원한다. 기업과 근로자에게는 지역별 차등세제까지 도입해 인센티브를 더한다.

◆'기업형첨단도시'도 호남이 선도모델…1일 출범 전남·광주특별시 행정력까지 총동원

전날 발표한 '기업형첨단도시 조성방안'의 첫 적용 대상도 서남권이다. 정부는 대규모 부지·우수인력·정주 및 교통여건이 양호한 서남권 입지여건을 토대로 기업형첨단도시 선도모델을 조성하기로 했다. 인허가·보상·설계를 동시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성 기간을 단축하고, 전남대 캠퍼스혁신파크·광주 도심융합특구·광주과학기술원(GIST) 등과 연계한 산학연 혁신허브도 꾸린다. 호남 고속철도·고속도로, 무안국제공항 등 간선교통망과의 연결성도 강화한다.

산업부는 기업 투자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지방정부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1일 새로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행정역량을 총동원한 지원을 요청했다. 신생 광역자치단체 출범과 동시에 국가 전략산업 지원 체계가 가동되는 셈이다.

이날 행사 말미에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앰코와 5개 부처가 참석해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정부는 "오늘 발표한 896조원 투자금액은 서남권,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 지도를 새로 쓰는 수준"이라며 "서남권을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이자 첨단산업의 새로운 전략거점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책은 특정 지역에 국가 자원과 정책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계획뿐 아니라 특별위원회 설치, 메가특구 지정, 기업형첨단도시 조성, 기반시설 국비 지원, 세제 혜택까지 국가 전략산업 육성에 필요한 정책 수단이 모두 서남권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전날 '2천조 메가프로젝트' 발표에 지역 사회에서는 TK가 사실상 배제됐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날도 이를 보완할 대책이나 균형발전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해 온 정부가 실제 정책에서는 특정 권역 중심의 지원을 확대하면서 지역 간 산업 격차와 국가 투자 불균형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