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하영석] 대학 'AX 혁신' 지원,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입력 2026-07-07 09:03:32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기하급수적인 변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산업과 사회 전반을 뒤흔들며 '디지털 전환(DX)'을 촉발했다. 지금 그 흐름은 대학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X는 단순한 AI 기술 도입을 넘어 교육·연구·의사결정·조직운영의 전반적인 틀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구조적 변화다. 이는 혁신이자 성장 축의 전환이며, 동시에 국가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핵심은 AI 융합 인재의 체계적 양성이며, 그 최전선에는 대학이 있다. 최근 정부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AX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거점국립대 3곳을 선정해 산학연 협력 허브를 구축하는 'AI 거점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AX 대학원' 사업을 통해 기술과 산업 도메인 지식을 겸비한 융합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주로 거점국립대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일PwC의 '2026 AI 일자리 바로미터'와 링크드인의 '2025 채용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 빈도가 높은 신규 일자리는 2019년 이후 35% 증가했으며, AI 활용 능력이 취업의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X는 일부 대학만의 과제가 아니라 모든 대학이 갖춰야 할 보편적 교육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특히 국내 고등교육의 76%를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 그중에서도 비수도권 사립대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 없는 AX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6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지역 사립대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가뜩이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 재학생들이 양질의 AI 직무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AI 격차'는 곧 '고용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지역 중소기업의 핵심 인재 공급 통로인 지역 사립대에서 AI 인재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지방 소멸 또한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사립대의 'AX 혁신'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이를 제도화할 기금 조성이 시급하다.

과거 대한민국이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며 '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과감한 대학 지원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32조 원이 투입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3조 원 규모의 정보화촉진기금 조성, 그리고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비해 대학의 연구역량을 끌어올린 '두뇌한국 21(BK21)' 사업이 그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러한 투자는 훗날 IT, 반도체, 에너지 등 국가전략산업 부흥의 토대가 되었다.

지금 세계는 AI 패권 경쟁에 국가적 명운을 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4 인공지능 준비지표(AIPI)' 1위 국가인 싱가포르는 국가 AX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추진한 '국가 AI 전략 1.0'에 이어 '국가 AI 전략 2.0'을 선포했다. 2030년까지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1만 5천 명의 AI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지속 가능한 대규모 투자 없는 AX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그 해답은 7월 출범하는 재정전략위원회가 논의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에 있다. 1972년 제정된 이 제도에 따라 현재 내국세의 20.79%가 초·중등 교육 재원으로 자동 배분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비는 GDP 대비 4.0%로 OECD 평균 3.0%를 상회하는 반면, 고등교육비는 0.6%에 그쳐 OECD 평균 0.9%에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이제 교육교부금을 초·중·고교와 대학이 한정된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볼 것이 아니라, AX 시대를 견인할 'AI 지식가치사슬'을 구축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초·중·고에서 축적된 AI 역량이 대학의 융합전공 교육과 연구, 창업으로 이어지고, 지역 산업 인력의 재교육과 평생교육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교육교부금 제도의 합리적 개편이 시급하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