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금융감독원장마저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낸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장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단순한 '단기 변동성 확대' 수준을 넘어섰다. 반도체 공급 과잉 경고와 글로벌 인공지능(AI) 거품론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서만 150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이탈하고 있고, 그 빈자리를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중독된 개인 투자자들이 위태롭게 떠받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固着化)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들려오는 경고음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현재의 AI 투자 급증 속도가 1840년대 영국 철도 광풍이나 1990년대 닷컴 버블보다 빠르다며 거품 붕괴 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 S&P는 한국을 직접 지목했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이 높아 AI 경기 사이클에 직결된 데다, 과도한 '빚투' 부실로 인한 금융 불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대외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내부의 기초 체력은 투기성 파생상품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 새로 출시된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의 거래대금만 269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현물 총거래대금의 20%에 육박하는 기형적인 수치다. 올해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31번으로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6번)를 뛰어넘었으며, 이 중 13번이 이 고위험 상품 출시 직후 한 달 사이에 집중됐다. '몸통을 흔드는 꼬리'가 시장을 교란(攪亂)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당장 국내 증시 리스크를 전면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투자 안전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시장을 왜곡하는 투기성 파생상품의 전면적인 규제 재정비만이 한국 증시가 거대한 금융 리스크의 늪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