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으며 살아간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세상을 기록한다. 그렇다면 사진은 정말 우리가 보는 세계를 그대로 보여 줄까?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평생 이 질문을 던진 화가였다. 사진은 하나의 시점과 하나의 순간만을 기록할 뿐, 인간의 시각 경험은 훨씬 복합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걷고, 고개를 돌리고, 기억을 더하며 시간을 따라 공간을 경험한다. 보는 행위는 사진이 장면을 고정하듯 한순간에 끝나지 않는다.
어두운 머리색의 호크니는 1961년 뉴욕에서 우연히 본 클레어롤 염색약 광고에 영향을 받아 머리를 과감하게 과산화수소 금발로 탈색했다. 이후 둥근 안경과 백금빛 금발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그는 자신의 외모마저 하나의 예술적 이미지로 만들어 갔다.
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이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였다. 런던 왕립미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진학했을 당시 영국에서는 팝아트가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추상표현주의가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인간과 공간을 새롭게 그리는 구상회화의 길을 선택하였다.
196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주하면서 그의 예술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강렬한 햇빛, 푸른 하늘, 수영장과 야자수는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빛과 공간, 그리고 시각 경험을 연구하는 실험장이었다.
호크니 예술의 핵심은 '보는 방식'에 대한 탐구였다. 피카소가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바라보려 했다면, 호크니는 여기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했다. 인간은 눈을 움직이며 공간을 경험하고, 기억 속 장면을 현재의 시각과 결합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사진에서도 발견했다. 사진은 하나의 렌즈와 하나의 시점, 하나의 순간만을 기록한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세계를 경험한다. 호크니는 사진이 객관적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고, 오히려 그것이 인간의 실제 시각 경험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보았다.
수십 장, 때로는 수백 장의 폴라로이드와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 작업은 서로 다른 시간과 시점이 한 이미지 안에서 공존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사진을 통해 오히려 사진의 한계를 드러냈다. 사진은 회화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회화가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 주는 비교 대상이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아이패드 드로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디지털 기술 역시 자신의 회화적 표현의 도구로 받아들였다. 아이패드는 새로운 붓일 뿐이었다. 그가 일관되게 탐구한 대상은 언제나 인간의 시각과 지각이었다.
호크니의 가장 큰 업적은 회화가 여전히 살아 있는 예술임을 증명한 데 있다.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이 회화의 종말을 이야기하던 시대에도 회화야말로 인간의 시각과 지각을 가장 풍부하게 탐구할 수 있는 매체라고 믿었다.
20세기와 21세기를 걸쳐 활동한 위대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2026년 6월, 향년 88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질문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과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카메라가 보여 주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가.
김석모 전 강릉 솔올미술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