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시술 350종 요건 맞추려 진료영역 확대…'백화점식 병원' 우려
"전문병원 경쟁력 지키려면 별도 평가·지원체계 마련해야"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이 지역 전문병원 체계와 충돌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처럼 척추·관절·수부·화상 등 분야별 전문병원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포괄2차 지정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진료 영역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오랜 기간 쌓아온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지역 의료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괄2차병원 육성과 전문병원 육성이 상충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1기'를 통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대구의료원 ▷대구보훈병원 등 4곳을 선정했다. 지난 5일까지 2기 사업 신청을 받았으며 결과는 오는 30일 발표될 예정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2기 사업에는 대구지역 다수의 2차병원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2차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 사이에서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지역 거점병원이다. 지정되려면 ▷급성기병원 인증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 지정 ▷수술·시술 종류(AADRG) 350개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선정된 병원은 2028년까지 입원환자 1일당 3만~15만원의 정책수가와 중증 응급수술 가산수가, 응급 당직비 등을 지원받는다.
재정 지원 규모가 큰 만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되고 급성기병원 인증을 받은 2차병원들의 관심도 높다. 문제는 '수술·시술 종류 350개 이상'이라는 기준이다.
대구는 전국에서도 전문병원이 가장 발달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수부, 척추, 관절, 대장항문, 화상, 간담췌 등 분야별 전문병원들이 오랜 기간 특정 진료 분야에 의료진과 장비를 집중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들 병원은 응급실과 급성기병원 인증 요건은 갖췄더라도 특화 진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수술·시술 종류가 350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동안 복지부도 '필수특화 기능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전문병원 육성을 추진해 왔다. 대구에서는 W병원, 효성병원, 대구굿모닝병원, 푸른병원 등이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포괄2차 지원사업은 정책수가와 각종 가산수가 등 재정 지원 규모가 훨씬 커 전문병원들이 진료 영역 확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지역 한 전문병원 원장은 "포괄2차 지원 규모가 특화병원 지원보다 훨씬 크다"며 "지정을 받기 위해 새로운 진료과를 개설하거나 수술 분야를 넓히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변화가 자칫 전문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워온 전문병원들이 정부 지원 기준에 맞추기 위해 진료 영역을 넓히면 결국 '백화점식 병원'으로 변하면서 본래의 강점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내 의료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포괄2차병원 육성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결국 두 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전문병원을 위한 별도의 평가 기준과 지원체계를 마련하거나, 포괄2차 지정 과정에서 전문병원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예외 기준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또 수술·시술 종류와 같은 양적 기준뿐 아니라 특정 분야의 진료 실적과 치료 성과, 지역 필수의료 기여도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포괄성을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으면 결국 백화점식 의료기관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상급병원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포괄2차병원도 필요하지만, 지역 의료의 경쟁력인 전문병원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두 제도가 상충하지 않도록 전문병원에 대한 별도 지원과 평가체계를 마련하는 등 균형 잡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