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윤조] 히트플레이션

입력 2026-06-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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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논설위원
한윤조 논설위원

아직 6월 하순인데도 지구촌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서유럽은 폭염(暴炎)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에펠탑마저 단축 운영에 돌입했으며, 한반도에도 예년보다 훨씬 이른 더위가 상륙했다. 지난 18일 서울에 내려진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는 지난해보다 12일이나 빨랐다.

이런 가운데 이상 고온 현상이 또 다른 물가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열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다. 폭염이 농작물 생육(生育)을 방해하고 가축을 폐사시켜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이달 달걀 특란 10구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5천22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6% 뛰었다. 사상 처음으로 5천원을 넘어선 것이다. 닭고기 가격도 20% 가까이 올랐는데, 지난해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API) 여파에 최근 기습 폭염이 더해지면서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대파, 상추, 수박, 고등어 등 주요 식재료 가격 역시 줄줄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국내 생산자물가지수가 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여기에 기후 변화라는 통제 불능 변수까지 겹치며 먹거리 물가마저도 출렁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안정대책반을 구성하고, 해양수산부는 정부 비축 수산물을 공급하는 등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산지(産地) 생산 저하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기상청이 예고한 7~8월의 살인적인 폭염과 슈퍼 엘니뇨, 태풍 '메칼라'에 따른 게릴라성 호우가 본격화되면 농·축·수산물 공급망은 지금보다 훨씬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다. 거시경제 지표가 아무리 개선된다 한들, 매일 마주하는 장바구니 부담이 줄지 않는다면 민생 회복은 요원(遙遠)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첫째도 물가, 둘째도 물가"라며 사활을 걸 것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갑은 얇아지는데 먹고사는 비용만 치솟으면 체감하는 고통의 온도는 더 높아진다. 벌써 숨이 턱 막히는 계절이다. 다가오는 여름, 달아오르는 날씨보다 펄펄 끓어오르는 밥상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