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 제품여권' 시행 눈앞… 섬유·패션업계 대응 고삐

입력 2026-06-17 17: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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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규제 강화, 내년부터 2030년까지 DPP 확대 적용 전망
"주력 품목·인프라 진단, 관련 시스템 확보 등 단계적 준비해야"

DPP 소개 이미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DPP 소개 이미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유럽연합(EU)이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이력을 수집·저장하고 공유하는 'DPP'(디지털 제품여권) 제도 시행을 예고하면서 지역 섬유·패션업계의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

17일 국회도서관 최신외국입법정보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내년부터 비교적 환경 영향이 큰 제품군을 시작으로 DPP 체계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와 섬유·의류, 타이어, 알루미늄, 가구·매트리스, 철강 등 제품군을 우선으로 DPP를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EU '에코디자인 규정'(ESPR)의 핵심 제도 중 하나인 DPP는 EU 내에서 유통하는 제품의 생산·유통·사용·재활용 등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저장하고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는 제도다. 탄소배출 감축과 재사용·재활용을 확대하는 '순환경제' 구현을 위해 기업들이 제품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제조·수입·유통업자 등은 제품 소재나 원산지, 우려물질 등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소비자는 제품에 표시되는 QR코드 등 '데이터 캐리어'를 통해 제품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대구경북 수출에서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대구본부세관 자료를 보면 지난달 대구 기업의 대EU 수출 금액은 7천300만 달러(원화 약 1천100억원), 비중은 주요 수출국 중 네 번째인 8.7%를 차지했다. 경북 기업의 대EU 수출액은 3억3천100만 달러(약 5천억원), 비중은 9.4%로 이 또한 주요 수출국 가운데 네 번째로 컸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섬유·의류기업 종사자 등이 글로벌 환경규제 변화를 파악하고 실무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섬유패션 산업의 그린전환(GX)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문창헌 KATRI시험연구원 지속가능사업팀장은 이 자리에서 EU ESPR과 DPP 등 환경규제 도입 현황과 적용 범위 등을 설명했다.

문 팀장은 기업별로 수출 주력 품목과 사내 IT 인프라·공급망 데이터 수준 등을 진단·점검하고 DPP 관련 시스템을 확보하는 등 EU 제도 실행 시기에 맞춰 DPP 발행이 가능하도록 단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사용한 제품을 어떻게 수거하고 선별할지 후단 관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앞단에서 친환경 설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이동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EU 규정과 유사한 수준의 에코디자인 관련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제품 설계와 관련해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앞으로는 '증명 가능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열린
17일 오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섬유패션 산업의 그린전환(GX)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대응' 세미나에서 문창헌 KATRI시험연구원 지속가능사업팀장이 EU 환경규제 도입 현황과 적용 범위 등을 설명했다. 정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