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 현실화 가능? [금주의 이슈]

입력 2026-06-20 12: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참교육 카타르시스 너머 "국가와 사회가 학교 문제 나눠 맡아야"

드라마
드라마 '참교육' 포스터. 넷플릭스

요즘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드라마는 무너진 교권을 비롯해 학교폭력, 악성 민원, 선을 넘은 학생과 학부모 문제를 가상의 국가기관 '교권보호국'이 해결한다는 설정이 골자다. 극 중 나화진(김무열 분) 등 교권보호국 구성원들은 학교 현장에 직접 들어가 교육 질서를 회복한다.

우선 액션이 화려해 눈길을 끌고 서사도 통쾌한데, 더 중요한 건 학교폭력 피해자와 교권 침해에 지친 교사들이 가졌을 법한 울분을 드라마가 대리 해소한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여러 논제가 파생된다. 현실의 학교에서 피해 학생과 교사가 너무 자주 혼자 남겨졌다는 감각, 문제 학생과 악성 민원 앞에서 학교가 무력해졌다는 불안, 공교육 질서가 사적 갈등의 장으로 밀려났다는 분노를 드라마가 건드렸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명백히 판타지다. 그러나 현실의 공백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이 판타지가 힘을 얻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판타지가 현실을 흔들다

드라마 속 판타지를 현실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지난 12일 '교육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처럼 물리력으로 학교에 개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교사나 학교가 중대 교육활동 침해 사안과 반복 민원을 혼자 떠안지 않도록 국가와 각급 교육당국이 책임을 나눠 맡자는 구상이다. 교육부에 컨트롤타워를 두고, 시·도교육청에는 법률·심리 지원 기능을 강화하며, 그 아래 교육지원청 단위에는 실무를 맡을 현장지원팀을 운영하자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는 이미 교육활동 침해 대응 절차가 있다.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는 침해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어 사안에 따라 교육지원청 보고나 경찰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 교원 보호를 위한 특별휴가, 병가, 상담 지원 장치도 마련돼 있다.

문제는 절차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민원 대응, 증거 확보, 학부모 설득, 학생 지도, 신고 이후 관계 악화, 소송 가능성까지 학교와 교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여전히 막대하다.

드라마
드라마 '참교육' 스틸컷. 넷플릭스

◆교사 혼자 두지 않는 법

그래서 현실판 교권보호국의 핵심은 통쾌한 '응징'이 아니라 확실한 '분담'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를 민원과 분쟁의 최전선에 계속 세워두지 않는 것,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의 재량이나 개인 교사의 인내심에 맡기지 않는 것, 학생의 문제행동을 징계 하나로만 처리하지 않고 교육·복지·상담·사법 체계가 힘을 합쳐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드라마식 교권보호국과 똑같은 기관은 찾기 어렵다. 대신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청소년 문제를 다기관 체계로 나눠 처리하는 모델은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의 소년비행예방팀(YOT, Youth Offending Teams)과 청소년사법서비스(YJS, Youth Justice Service)다. 이들 조직은 교권보호 전담기관이라기보다 법적 문제에 휘말렸거나 범죄 위험이 있는 청소년을 다루는 지역 단위 다기관 조직이다. 지방정부가 중심이 돼 경찰, 보호관찰, 보건, 교육, 아동복지,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결한다. 청소년이 왜 문제행동에 이르렀는지 배경을 살피고, 재범을 막기 위한 감독과 지원을 병행한다.

드라마
드라마 '소년심판'(2022) 포스터. 이 작품엔 드라마 참교육에 나화진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 등장하는 배우 김무열(맨 왼쪽), 최강석 교육부 장관으로 등장하는 배우 이성민(맨 오른쪽)이 출연한 바 있어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

◆누가 혼낼 것인가, 누가 개입할 것인가

학교폭력, 교권 침해, 촉법소년 문제, 반복적 비행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현상이 아니다. 가정의 방임, 정신건강 문제, 또래집단의 압력, 지역사회 환경, 온라인 폭력, 약물과 범죄 노출이 뒤섞일 수 있다. 이를 담임교사 1인,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하나, 경찰 신고 한 건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영국식 모델의 특징은 '누가 혼낼 것인가'가 아닌 '누가 함께 개입할 것인가'로 읽힌다.

미국의 학교 위협평가팀(STAT, School Threat Assessment Team)도 참고할 만하다. 학교 안팎 폭력 위험, 협박, 흉기 반입, 심각한 괴롭힘, 자해·타해 위험 등을 조기에 평가하기 위한 다학제 팀이다. 학교 관리자, 상담교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법집행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모든 문제를 경찰로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 수준을 분류해 즉각 대응이 필요한 사안과 상담·지원이 필요한 사안을 구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특징이다.

선진국 사례는 더 있다. 미국 일부 지역의 소년평가센터(JAC, Juvenile Assessment Center) 또한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제 학생을 법정에 세우기 전에 가정환경, 정신건강, 학교 적응, 약물 문제, 비행 위험을 평가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드라마 '참교육'에 앞서 2022년 화제가 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좀 더 구체적으로 가리켰던 한국의 촉법소년 연령 논쟁과도 연결된다. 처벌 연령을 낮추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따지는 논의는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다. 핵심은 위험 청소년을 언제, 누가, 어떤 기준으로 발견하고, 처벌 이전에 어떤 개입을 할 것인가다.

드라마
드라마 '참교육' 스틸컷. 넷플릭스

◆처벌보다 먼저 필요한 회복

네덜란드의 할트 프로그램(HALT programme)은 '책임 회복' 개념에 초점을 맞춘 사례다.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 피해자 사과, 손해배상, 과제 수행, 부모 참여 등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어 프로그램을 성실히 마치면 전과가 남지 않는다.

피해자는 사과와 보상을 받고, 가해 청소년은 낙인 대신 책임을 배운다. 그러면서 사회는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다. 근절되기 힘들어 관리가 중요해 보이는 학교폭력 사안에도 이 원리는 시사점을 남길 수 있다. 피해자가 원하는 건 가해자의 순간적 굴욕만이 아니라 안전 회복, 재발 방지, 진정한 사과, 관계와 공간의 회복일 수 있어서다.

뉴질랜드 청소년사법 가족집단회의(FGC, Youth Justice Family Group Conference)는 회복적 사법의 성격이 더 짙다. 청소년, 가족, 피해자, 관계기관이 모여 피해와 책임을 논의하고 재발 방지 계획을 세운다. 호주 퀸즐랜드의 청소년 공동대응팀(YCRTs, Youth Co-Responder Teams)은 경찰과 청소년 사법 인력이 함께 거리와 지역 현장을 찾아가 위험 청소년을 찾고, 가족·주거·교육·보건 서비스와 연결한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문제 학생을 학교 안에 방치하지도, 곧장 형사처벌 대상으로 올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조기 발견, 위험 평가, 피해 회복, 재범 방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시스템이다.

드라마
드라마 '참교육' 스틸컷. 넷플릭스

◆학교를 다시 세우는 기준

한국형 교육활동보호국 논의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조직의 이름보다 역할의 경계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학교 현장에 직접 들어가 질서를 회복하는 판타지에 가깝지만, 현실의 전담기구는 더 복잡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교사를 악성 민원과 분쟁의 최전선에서 분리하되, 문제 학생을 단순히 배제하지 않고, 피해 학생의 회복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향은 드라마의 흥행 이후 갑자기 나온 주장이 아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4년 펴낸 '교원의 교육활동 피해 실태조사 및 법·정책적 개선방안 연구(I): 초등학교를 중심으로'는 교육활동 피해를 좁은 의미의 교권 침해로만 보지 않았다. 연구진은 교육활동 피해를 학교 교육현장에서 교사 개인이 경험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와 그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다뤘다. 교권 보호가 단순히 교사를 대신해 민원인을 상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활동 침해가 남기는 피해와 그 이후의 회복까지 포함하는 문제라는 의미다.

다만, 교권 보호를 교사와 학생의 권리 충돌로만 이해하면 논의는 다시 좁아진다. 교사에 대한 보호가 학생을 더 세게 처벌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업이 가능한 질서와 안전한 관계를 회복한다는 뜻에 가까워야 한다.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했을 때 교사의 피해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일, 피해 학생의 안전을 회복하는 일,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책임을 배우게 하는 일은 서로 분리된 과제가 아니다.

결국 질문은 '누구 편을 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너진 학교 공동체를 어떤 기준으로 다시 세울 것인가'로 옮겨간다.

하워드 제어 미국 이스턴 메노나이트대 갈등학 교수. 위키피디아
하워드 제어 미국 이스턴 메노나이트대 갈등학 교수. 위키피디아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대표 연구자인 하워드 제어 미국 이스턴 메노나이트대 갈등학 교수는 2015년 이 대학 인터뷰에서 학교의 징계 문제를 언급하며 "교육의 절반은 교육과정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처벌 중심 형사사법적 접근만으로는 학생들에게 갈등을 다루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드라마 '참교육'이 보여준 통쾌함은 현실의 분노를 건드렸지만, 제도가 도달해야 할 곳은 응징의 장면이 아니다. 교사가 다시 가르칠 수 있고, 피해 학생이 안전을 회복하며,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자기 책임을 배우는 학교. 현실의 교권 보호는 결국 학교를 다시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드라마도, 해외 사례도, 전문가들의 조언도 공통되게 발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