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빅딜 멈춘 '웨이퍼의 힘'… SK실트론, AI 반도체 게임체인저로

입력 2026-06-11 16: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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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빅딜 멈춘 본질은 '고순도 웨이퍼' 소재 패권
하이닉스 HBM 수율 직결…그룹 잔류 시 시너지 압도적
증설 마친 구미 공장, AI 반도체 핵심 거점 위상 격상

SK실트론 엔지니어들이 웨이퍼 업계 최초로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한 SK실트론 웨이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SK실트론 제공
SK실트론 엔지니어들이 웨이퍼 업계 최초로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한 SK실트론 웨이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SK실트론 제공

SK㈜와 두산 그룹의 5조원 규모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돌연 멈춰 세운 진짜 동력은 반도체 기초 소재인 '웨이퍼(Wafer)'의 전략적 가치 재평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반도체의 도화지가 되는 고순도 웨이퍼 확보 여부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제조 공정이 미세화·고도화될수록 기반이 되는 웨이퍼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초미세 공정에서는 도화지 역할을 하는 웨이퍼 원판에 미세한 불순물이 있거나 평탄도가 떨어질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첨단 AI 반도체 칩 전체의 불량(수율 저하)으로 직결된다. 결국 완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열쇠를 SK실트론이 쥐고 있는 셈이다.

SK그룹 내부에서 매각 철회론이 급부상한 것도 이 같은 '수직계열화 시너지'와 공급망 안정성 때문이다. 글로벌 톱티어 AI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선 SK하이닉스의 첨단 라인에 SK실트론 구미 공장의 고순도 웨이퍼가 곧장 수급될 때 얻는 정무적·사업적 이득이 두산에 매각해 얻는 현금 자산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경영학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SK실트론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구미국가산업단지에도 대형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SK실트론은 구미국가산단 내에 진행 중이던 천문학적 규모의 웨이퍼 신공장 증설 투자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그동안 비상장사라는 특성상 자산 가치가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번 매각 중단 사태를 계기로 구미 공장은 단순히 물량을 찍어내는 생산기지를 넘어 차세대 AI 반도체 핵심 공급망의 글로벌 거점으로 위상이 격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지역의 고용 유지와 공장 가동 전반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 조성에 따른 장기적 비전까지 확보하게 됐다.

구미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빅딜 정지는 구미 산단이 'AI 반도체 핵심 소재의 자립 기지'로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녔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사건"이라며 "오늘(1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SK그룹의 '뉴 이천포럼'에서 사업 리밸런싱 방향이 최종 조율되면, 구미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한 그룹 차원의 AI 반도체 연합 전선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