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과 세수로 나랏빚부터 갚는 게 후손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

입력 2026-06-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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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산업 호황 등으로 인한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잠재성장률 회복에 장기 투자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과 세수를 국채 비율을 줄이는 데 쓰는 것을 두고 "바보 같은 짓"이라 일축하며,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과 청년 세대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재정 운용 기조는 국가부채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유토피아적 낙관론에 가깝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의 청구서를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위태로운 발상이다.

현재 대한민국 재정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정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은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1개 비기축통화국 평균(55.0%)을 웃도는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의 증가 속도다.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비율은 연평균 3.0%씩 상승해 비기축통화국 중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주요 선진국(G7)의 부채비율이 120~130%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우리 재정이 아직 양호하다고 강변(強辯)한다. 하지만 이는 달러나 엔화 같은 기축통화(基軸通貨)를 가진 나라들과의 단순 비교일 뿐, 자본 유출 리스크에 취약한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특수성을 간과한 대목이다. 비기축통화국의 과도한 부채는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가신용등급 강등(降等), 나아가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과 세수를 투자하겠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나랏빚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른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건전한 재정이야말로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자산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