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2030 세대 "선거 과정에서 혼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
청년 정치인들 "민주주의 장례식" 치뤄
전문가들 "참정권 침해 인식이 청년층 움직였다"
"누가 시켜서 나온 게 아닙니다. 제가 답답해서 나온 겁니다."
최근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말미암은 '참정권 시민운동'에 20~30대 청년층의 자발적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과거 정치 집회가 정당이나 시민단체 중심으로 조직됐다면 선거제도와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일반 청년들이 거리로 향하고 있다.
지난 주말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는 20·30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재선거를 촉구하는 집회와 거리 행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재선거', '참정권 보장' 등 구호를 연신 외치며 선거관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남대를 재학중인 A(30대) 씨는 "선거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대학생은 "선관위가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재학생 B씨는 "주변에서는 시험 기간인데도 집회에 다녀왔다는 학생들도 있고, 학생들 사이에서 관련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실제로 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참정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청년들의 분노가 특정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참정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정치적으로 왜곡되거나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진영 갈등이 아닌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 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는 인식이 정치색을 넘어 모든 청년층을 움직이고 있다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청년층은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회 주요 이슈들을 접하면서 영상과 현장 사진, 관련 자료들을 직접 확인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게 돌출되고 있다.
최근 대구 수성구의원에 당선된 박새롬·김경민 당선인은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이른바 '민주주의 장례식'을 열고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 당선인은 1990년대 생으로 지역 대표 청년 정치인들이다.
김경민 당선인은 최근 청년층 집회 참여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특정 단체나 조직이 중심이 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문제를 접한 개인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집회의 본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선관위 관련 집회 현장에서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전면 등장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치권 인사가 등장했을 때 오히려 거부감을 나타내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를 '탈조직화된 정치 참여' 현상으로 해석한다. 기존 정치권이 제시하는 진영 논리보다 자신들이 체감하는 문제에 직접 반응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 확대 배경에 대해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처럼 집단이나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과 진로에 관심이 큰 세대지만 이번 사태는 자신의 투표권과 직결된 만큼 직접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인식이 학생들을 움직이게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정책이 정치권에서 늘 후순위로 밀려왔던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스스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움직임은 시작 단계에 불과할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