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한동안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음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함께 연주하고, 공연을 만들고, 같은 무대에 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경쟁이 있었고 때로는 이해관계가 있었으며, 때로는 누군가의 진심보다 목적이 먼저 보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내가 만나고 싶은 좋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얼마 전 처음으로 집에서 작은 살롱음악회를 열었다. 몇 명의 관객을 초대하고 피아노를 옮기고 의자를 배치했다. 꽃을 놓고 음료를 준비하고 식탁을 꾸몄다. 공연을 준비한다기보다 손님을 맞이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기분에 가까웠다. 사실 연주보다도 창밖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을 의자의 위치, 식탁 위 작은 꽃 한 송이가 더 신경 쓰이기도 했다.
음악이 흐르자 사람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모두 음악에 귀를 기울였고 곡이 끝날 때마다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며 미소를 나누었다. 공연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연주자와 청중의 거리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연주가 끝난 뒤 사람들은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웃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매일 이렇게 모여서 음악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우리 집 이웃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자 누군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 오는 날엔 비가 와서 좋으니까 음악회 하고, 눈 오는 날엔 눈이 와서 좋으니까 또 음악회 하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날 모인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공간을 경험한 뒤에는 오래된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공동체를 원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날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쩌면 좋은 사람은 어디엔가 숨어 있는 보물을 찾듯 발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오히려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좋은 공간, 좋은 시간, 좋은 경험이 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오랫동안 나는 좋은 사람들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작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좋은 사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시간을 통해 비로소 발견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