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지명으로 위원이 된 현직 대법관이 호선을 거쳐 위원장 맡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책임을 지고 5일 전격 사의를 발표했지만, 사실상 임기를 넘긴 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또다른 비판을 받고 있다.
노 위원장은 지난 3월 대법관 임기를 끝낸 이후 후임 인선이 차질을 빚으면서 6·3지방선거까지 위원장직을 유임해온 점에 비춰볼 때, 임기를 넘긴 상태에서 사의로 이번 사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셈이 되어서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과천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중앙선관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가)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손상시켰고,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여 선거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참담함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국회 국정조사 등 선관위의 책임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 위원장이 5일 "사의로 책임을 다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노 위원장은 지난 3월 임기 만료로 현직 대법관 신분을 벗어난 지 3개월 가까이 선관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관을 퇴임하면 선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통상 관례지만, 후임 인선 진행이 늦어지면서 위원장 직을 그대로 맡아온 것이다.
당초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월 후임으로 천대엽 대법관을 지명했으나, 여러 이유로 인사청문회 등 후속 절차가 지연되자, 선거 관리 공백을 우려해 이번 지방선거까지만 노 위원장 체제를 한시적으로 유임하기로 선관위와 대법원이 합의한 것.
결국, 노 위원장은 이미 임기를 넘긴 시점에서 '사의'로 이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고 한 셈이다.
한 보수 유권자는 "노 위원장이 자신 임기가 끝난 사실도 밝히면서 사퇴 얘기도 하고 책임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선출 방식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관 임기도 끝난 노 위원장이 선관위를 계속 이끄는 상황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례상 대법원장 지명으로 위원이 된 현직 대법관이 호선을 거쳐 위원장을 맡는다.
한편, 노 위원장은 취임 후 공식 사과만 네번째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2년 5월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노정희 당시 중앙선관위원장이 사의하며 선관위원장직에 올랐으나, 다음해인 2023년 5월에는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터지면서 사과했다.
또 직무감찰 등에 의해서 다수의 특혜 채용 사례가 적발돼 지난해 3월 또 한 차례 사과했고, 2025년 치른 제21대 대선에서는 사전투표 용지 반출 등 선관위의 관리 부실 논란이 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낸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