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실시한 6·3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주요 승부처의 실제 득표율과 대부분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사의 신뢰도·정확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상이 빗나가는 '패턴'에서도 유사성이 관찰된다. 이른바 '진보 과표집' 현상이다. 보수진영 열세가 예고된 선거구에서 개표 초반 사전 투표함이 먼저 열리며 진보 주자가 우위를 점하다, 이후 본투표함에서 '뒷심'을 발휘한 보수 주자가 역전승을 거두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전투표율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세부 예측방식 설계의 실패가 전체 결과의 오류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여론조사 등에서도 숨어있던 '샤이 보수' 표심을 감지·반영하지 못한 점 또한 패착으로 언급된다.
◆서울·경남·부산북갑·평택을 승자 예측 빗나가…'박빙' 전망도 낙승으로
한국방송협회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선거에 앞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를 구성, 본투표 당일인 지난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구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오후 6시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위원회는 전체 16개 광역단체 중 더불어민주당이 11곳, 국민의힘이 1곳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대구 ▷부산 ▷강원 ▷전북 등 4곳은 경합지역으로 구분됐다.
이외에도 위원회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중 부산 북갑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평택 을에서는 조국혁신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개표가 마무리되자, 출구조사 예측 중 상당수가 실제 결과와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진보 우세'를 점쳤던 ▷서울시장 ▷경남지사 ▷부산 북갑 ▷평택 을 선거구에서 죄다 '범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출구조사는 서울시장 맞대결에서 오세훈 당선인이 46%로, 정원오 민주당 후보(51.4%)에게 열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개표 초중반 정 후보는 오 당선인을 상대로 30만표 이상을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점점 차이를 줄인 오 당선인은 개표율 93.8% 지점인 오전 7시17분쯤 역전에 성공, 그대로 승기를 굳혔다.
서울시장 득표율은 개표율 99.54% 시점을 기준으로 오 당선인 49.15%, 정 후보 48.13%다.
경남지사 선거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출구조사는 박완수 당선인이(45.7%)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54.3%)에게 8.6%포인트 차로 패배할 것이라 전망했다.
김 후보는 개표 초반 사전투표함이 집중적으로 열리면서 선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본투표함 개표가 진행될수록 박 당선인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고, 3일 오후 11시쯤 역전이 이뤄졌다. 이후 박 당선인은 다시 선두를 뺏기지 않은 채 당선을 확정지었다.
박 당선인의 실제 득표율은 51.28%, 김 후보는 48.71%였다.
출구조사가 0.8%포인트 차 초접전을 예고한 대구시장 선거는 개표 중반 이후 추 당선인이 득표율을 대거 끌어올리면서, 격차가 무려 8.87%포인트까지 벌어진 채 마감됐다.
◆사전투표율 높을수록 오차도 커진다…서울·경남, 사전·우표 투표율 30%대 후반
광역단체장 대비 선거구가 작은 보궐선거에서도 예측 실패가 거듭됐다.
출구조사는 부산 북갑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42.6% 한동훈 당선인이 41.6%,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15.8%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실제 개표에선 한 당선인이 전체 표의 42.99%를 얻어 41.24%를 받은 하 후보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박 후보의 경우 득표율 15.76%를 기록, 예측치에 근접한 모습이었다.
출구조사는 평택 을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31.1%를 기록, 유의동 당선인(30.6%)과 김용남 민주당 후보(30.3%)에 앞설 것으로 봤다.
실제 결과는 유 당선인이 34.83%, 김 후보가 28.77%, 조 후보가 27.24%의 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개표 초반 3등으로 처져있던 유 당선인이 점차 치고 올라오면서 새벽 1시쯤 승기를 거머쥔 것이다. 심지어 출구조사 1위로 예상된 조 후보는 실제 개표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출구조사는 지난 2022년 제8회 지선에서 17개 광역단체 중 경기지사를 제외한 모든 지역 결과가 적중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곳곳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출구조사의 정확도가 갈수록 저하되는 이유가 사전투표의 비중 확대에 있다고 본다.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3.51%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다.
하지만 출구조사는 본투표 당일 투표소를 나오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 방식으로, 현재 지상파 3사는 별도의 사전투표 예상치를 도출·합산하는 방식으로 출구조사 지표를 내고 있다.
사전투표 예상치가 실제 수치와 크게 어긋날수록, 전체적인 출구조사 결과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이번 출구조사 결과 예측이 엇나간 선거구는 대체로 우편·사전투표 비율이 높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전체 투표수 528만9천53건 중 우편·사전투표가 199만1천478건으로, 그 비율이 37.6%에 달했다.
경남지사 선거의 경우 전체 투표수가 178만8천526건, 우편·사전투표는 69만1천109건으로 비중이 38.6%를 차지했다.
◆'샤이 보수' 식별 실패한 여론조사, 그대로 '진보 과표집' 수순
이번 선거 승부처 곳곳에서는 여론조사 대비 높은 보수 지지세가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샤이 보수' 유권자들도 대거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예상 범주를 뛰어넘는 보수 결집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론조사에서는 쉽게 식별되지 않는 집단인 만큼, 이번 선거기간 여론조사들은 실제 득표율보다 진보 진영의 지지도가 높게 잡히는 과표집 현상이 관측됐다. 이 같은 경향성이 출구조사의 사전투표 예측에도 반영되면서 실제 개표 결과와의 간극을 더욱 벌렸다는 분석이다.
깜깜이기간(여론조사공표 금지기간) 직전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추이를 종합하면, 서울 지역에선 대부분 정 후보가 오 당선인에 앞선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선거기간 막판 'GTX 철근 누락 논란'과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등에서 오 당선인의 책임론이 일면서, 오차범위 밖에서 정 후보의 선전을 예상하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경남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연출됐다. 김 후보가 박 당선인을 두자릿수 격차로 따돌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무난한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적잖았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박 당선인의 과반 승리였다.
평택 을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김 후보와 조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1·2위를 양분하는 결과였다. 유 당선인은 이들에 밀린 3위를 줄곧 기록했지만 실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다만 부산 북갑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한 당선인의 상승세가 꾸준히 관측됐다. 한 당선인은 선거기간 막판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했다.
여론조사 대부분이 진보 과표집 경향을 보인 데는 보수 성향 유권자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 '샤이 보수'로 임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성향의 유권자 사이에서는 지지성향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심리적 위축 현상이 줄곧 작용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을 향한 범여권의 '내란 프레임'이 이어지면서 지지층이 쉬이 결집하지 못하는 등 꾸준한 압박이 가해진 결과다.
이에 이번 여론조사 과정에서 보수층 일부는 응답을 회피했고, 또다른 일부는 중도층, 혹은 진보층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여론조사에선 전화면접 방식보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의 정확도가 더 높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난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 중에서도 전화면접 방식 조사의 예측이 특히 빗나갔는데 유권자들이 간접적이지만 대면 형식으로 지지 후보를 답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비밀 보장이 된다고 느끼는 ARS 방식 조사가 더 적중률이 높은 편이었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입소스·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6개 시도 615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 10만8천72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선거구에 따라 ±1.7% 포인트∼±4.1% 포인트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