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빠진 선관위, 투표용지 유권자 수 절반만 준비?…대국민 사과[종합]

입력 2026-06-03 21:04:55 수정 2026-06-03 21:59:5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 대국민 사과
"사전투표한 유권자 수까지 고려해 50% 인쇄"
국민의힘 "단순한 선거 준비 부족 넘어서 처참한 수준"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해 일부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과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국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임한 유권자 수까지 고려해 선거구 내 유권자 수 절반 분량의 투표용지를 비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직접 선거 공정성을 해쳤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9시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6월 3일 선거일 투표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허 사무총장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했으며, 해당 투표소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 하고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허 사무총장은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개표가 종료 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이날 오후 서울 동남권 일대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의 투표가 지연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선관위 설명에 따르면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투표소는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으로 총 14곳이다.

오후 6시까지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대기표를 받고 투표용지 인쇄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선관위는 잠실7동 제2 투표소의 운영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키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용지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선관위는 송파구에 유권자 수 약 50% 분량의 투표 용지를 비치했다고 밝혔다.

허 사무총장은 "투표 용지 수는 최근 선거의 투표율과 예상 사전 투표율을 고려해 결정한다. 사전투표한 유권자 수까지 고려해 전체 유권자 수의 50%만 인쇄한 것"며 "송파구 146개 투표소 중 일부 투표소의 유권자 수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빨리 투표 용지를 제공했고, 대기자가 없을 때까지 투표소를 운영한 뒤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한 보고를 받은 바 없다. 특정 투표소 본투표율이 높았거나, 사전투표율이 아주 낮았을 가능성 등이 있다고 본다"며 "대부분의 투표소는 오후 6시 40분까지 사태가 해소됐고, 현재 송파 3개 투표소만 계속 (투표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몇 표 차이로도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선거인데, 이번 사태로 투표하지 못 하고 돌아간 유권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도 나왔다.

이에 허 사무총장은 "해당 부분을 저희(선관위)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며 "소송 절차라든지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나는 대로 진상규명에 나서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긴급 입장 발표를 진행하면서 "2026년 대한민국 투표 현장에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충격적 사건"이라면서 "투표율이 높아지자 긴장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에도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께서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를 발생시킨 건 단순한 선거 준비 부족을 넘어 책무를 저버린 처참한 수준이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맹폭했다.

정 본부장은 "(선관위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민들에 대해 반드시 투표가 가능하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이번 사태 원인에 대해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