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가 가린 우리 경제 실상, 직시하고 보완책 찾아야 한다

입력 2026-06-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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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출이 새 이정표(里程標)를 세웠다. 5월 수출액은 877억5천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월 800억달러 첫 돌파 후 두 달 만의 기록 경신이다. 올해 1~5월 누적 무역수지흑자만 1천19억달러로, 연간 최대 무역흑자였던 2017년 952억달러마저 훌쩍 넘어섰다.

올해 수출 9천억달러를 넘어 조만간 꿈의 1조달러 가능성도 언급된다.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디딤돌 삼아 중화학공업 육성과 무역 확대에 박차를 가한 한국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고, 지난해 세계 여섯 번째로 연간 수출 7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섬유와 가발, 철강과 조선, 자동차가 성장의 주역이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반도체 특수가 수출 지형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수출액 중 반도체 비중이 무려 42.3%다.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보다 훨씬 높다. 1분기 수출 증가분의 82.8%를 상위 5대 기업이 차지했다. 이는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약화시키고 기업 간 성과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 사상 최고 수출 지표에도 체감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확산(擴散)의 성과가 일부 산업과 기업에 집중된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수출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현지 생산 확대, 중동 지역 물류 차질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다. 중동전쟁 장기화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을 여전히 자극한다.

산업 경쟁력을 굳이 저평가할 이유는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거센 추격에도 한국은 비(非)IT 제조업 분야에서 독일·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화장품, 식품, 바이오헬스, 전력기기 등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확대와 구조의 건전성은 다른 문제다. 반도체라는 성장 엔진이 강할수록 차체와 바퀴 상태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자동차, 석유화학, 중소기업 수출 어려움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 신호다. 사상 최대 수출액에 도취(陶醉)되기 전 이런 성과를 떠받치는 산업 기반이 얼마나 넓고 튼튼한지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