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아트센터 황새미 PD 기획, 지역 대표 인디축제
올해 양일간 2천명 찾아, 90%가 90~00년대생
대구청년 문화갈증 해소 계기…관객 반응서 뿌듯함 느껴
밀도 높은 중극장·역동적인 야외 공연 '무대 이원화'
로컬 청년브랜드 협업 F&B·마켓 부스 입소문·상생
"축제 개성 유지…지역민들의 거대한 문화의 장 되길"
좋아하는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서울행 KTX를 타야했던 지역 청년의 아쉬움은 어느덧 5년차를 맞은 대구 대표 인디 음악축제로 자라났다. 달서아트센터 '레몬 뮤직 페스티벌' 뒤에는 축제 전반을 총괄한 1995년생 청년 기획자 황새미 PD가 있다. 일반적인 페스티벌이 조직위원회나 전문 대행사 중심으로 꾸려지는 것과 달리, 황 PD는 기획부터 섭외, 동선 설계, 배치, 운영까지 축제의 처음과 끝을 직접 챙기며 자신이 보고 싶었던 축제를 현실로 만들었다. 특히 올해는 야외무대를 처음 도입하면서 행정 절차 등 새로운 과제들과 마주해야 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양일간 2천여 명이 찾고 타지역에서도 발걸음하는 축제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 공공 공연장이 인디 페스티벌까지 기획하는 흐름이 흥미롭다. 처음 레몬 뮤직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대구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며 느꼈던 문화적 갈증이 기획의 시작이었다. 좋아하는 페스티벌을 보려면 매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타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만 했고, '왜 대구에는 청년들이 마음껏 즐길 만한 축제가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청년 기획자로서 우리가 진짜 보고 싶은 축제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여름 페스티벌 특유의 청량한 분위기를 '레몬'이라는 키워드에 담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고, 공공 공연장도 청년 세대와 충분히 역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 다른 지역 음악 페스티벌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별점은 명확한 관객층과 지역 상생에 있다. 실제 관객의 90% 이상이 1990~2000년대생으로 지역 청년들의 지지가 큰 축제다. 또 2024년부터는 로컬 청년 창업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공연을 넘어 지역 청년 문화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뮤직 페스티벌의 불모지였던 대구에서 청년 문화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 5년째 페스티벌을 이어오며 매해 라인업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 같다. 구상할 때 기준이 있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주 관객층인 대구 청년들의 트렌드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 가장 보고 싶어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단순히 인지도 높은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것 외에도 인디 신의 보석 같은 뮤지션들을 발굴해 라인업의 깊이를 더하려고 한다. 또 무대 공간의 특성과 아티스트의 색깔이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하고 있다.
- 라인업에 인기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리면서 455석의 청룡홀 규모를 아쉬워하는 관객 의견도 있을 것 같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거나 추가 회차 요청이 이어지는 등 좌석 규모에 대한 아쉬움은 SNS와 현장에서 꾸준히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455석 규모의 중극장은 오히려 우리 축제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페스티벌과 달리 아티스트와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 자체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공연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처음 야외무대를 본격 확대했다. 기존 극장형 페스티벌에서 공간을 확장하게 된 이유는
▶지금까지는 중극장이 가진 밀도 높은 몰입감에 집중해 왔다면, 올해부터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축제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했다. 극장 안 실내 공연의 깊이와, 푸른 잔디 위 야외 무대에서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선물하고 싶었다. 한 축제 안에서도 서로 다른 매력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끔 공간 확장을 시도했다.
- 공연뿐만 아니라 F&B, 플리마켓, 디제잉 등 행사장 전체를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처럼 구성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이 행사장에 발을 들였을 때 '이런 축제를 원했다'는 감각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시각·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객 편의를 우선에 두고 동선과 공간을 설계했다. 2년 전부터는 지역 청년 창업 브랜드들과 협업한 F&B·플리마켓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축제가 'MZ 세대가 모이는 힙한 축제'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먼저 참여 의사를 보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축제장에 머무는 유동인구가 더 많아지는 게 목표다.
- 개인적으로 참고하거나 인상 깊게 본 국내외 페스티벌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 특정 페스티벌을 벤치마킹하거나 직접적으로 참고한 사례는 없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축제를 꼽자면 '무주산골영화제'다. 자연과 문화 콘텐츠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특유의 여유롭고 낭만적인 정취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공간이 주는 힘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깊이 체감해보고 싶었다. 최근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도 다녀왔는데, 대형 자본이 투입된 축제의 압도적인 규모와 인프라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들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레몬 뮤직 페스티벌의 '중소규모 페스티벌의 밀도 높은 매력'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 관객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축제를 만들어가고 싶다.
- 실제 관객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좋아하는 뮤지션을 보러 먼 지역까지 가지 않고, 내가 사는 대구에서 즐길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라는 관객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구 청년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던 초심이 관객들에게 닿았다고 느낄 때 원동력을 얻는다.
또 특정 아티스트가 아니라 축제 브랜드 자체를 믿고 매년 찾아오는 관객층이 생겼다는 점도 뿌듯하다. 가격 대비 라인업과 구성이 알차다 보니 관객들 사이에서 '혜자(가성비가 좋다는 뜻의 신조어) 페스티벌'이라는 애칭이 생겼는데, 축제의 정체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 앞으로 페스티벌을 어떤 축제로 성장시키고 싶은가
▶우리 축제만의 개성과 지역색을 잃지 않으면서, 페스티벌의 규모를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청년 중심의 트렌디한 감각과 로컬 브랜드들과의 끈끈한 상생이라는 정체성은 끝까지 지켜가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민들이 대구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문화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장을 만드는 게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