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최창희] '핫플' 대구

입력 2026-05-31 18:19:44 수정 2026-05-31 19: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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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 서울지사장
최창희 서울지사장

'날씨만 더울 뿐, 막상 가보면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없는 삭막한 회색 도시.' 오랫동안 대구가 안팎으로 받아왔던 억울한(?) 평가다. 늘 서울과 부산, 제주의 화려함에 밀려 변방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몇십 년째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었고, '보수의 심장'이라는 정치적 수식어 속에서 싹튼 편견이었을 게다. 그러나 최근 대구에 대한 시각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세계가 먼저 대구의 가치와 매력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가두었던 좁은 울타리 밖에서, 숨겨둔 속살을 드러내며 세계적인 '관광 핫플레이스'로 급부상 중이다. 올해 초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담아낸 대구의 유튜브 영상은 세련된 도시미와 깊은 전통이 공존하는 대구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며칠 전 대만에서 열린 한국여행엑스포에서 주인공은 대구 중구청과 달성군을 비롯한 대구 지자체들이었다. 타이베이시 여행상업공업공회의 천이쉬안 이사장은 "과거에는 서울, 부산, 제주가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대구가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며 대만 관광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전했다. 변방 보수 도시가 아니라, 세계인이 주목하는 매력적인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변화가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변화는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1년 달구벌을 뜨겁게 달궜던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여전히 그때의 전율에 심장이 뛸 것이다. 땀과 열정으로 가득 찬 선수들의 질주, 그리고 매일 전 세계 TV 화면을 장식했던 대구의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가 알던 대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구가 생긴 이래 글로벌 조명을 가장 화려하게 받았던 순간이자, 세계적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씨앗이 뿌려진 때였다. 자신감은 결실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유행 직후라는 가장 불리한 시점, 정부 심사에서 보기 좋게 퇴짜를 맞고 예산이 칼질당하는 온갖 수모 속에서도 체육인들과 대구시가 발로 뛰며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 국비 지원 승인이라는 역전의 드라마를 썼던 기억이 선명하다. 난관을 돌파해 내는 끈기와 저력이야말로 대구가 가진 진짜 힘이다.

대구는 대변신을 앞두고 있다. TK신공항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대구의 모습을 바꿀 굵직한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대구의 미래를 바꿀 이 핵심 현안들이 막판 최대 이슈로 뜨겁게 떠올랐다. 신공항과 공공기관 이전은 무너진 산업 지형을 바꾸고 인구 유출을 막을 강력한 하드웨어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미래의 약속'이다. 반면, 관광산업은 당장 붕괴해 가는 지역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현재의 구원투수'다.

새로 취임할 대구시장은 이 대목을 엄중하고 깊이 있게 눈여겨보아야 한다. 공항 건설과 공공기관 유치라는 당면 과제를 꼼꼼히 챙기되, 물류와 공공 행정의 기반 위에 '관광과 문화'라는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국의 시각이 바뀌고 관광객들이 대구로 몰려들고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세계마스터스대회 유치 당시 겨우 4명뿐인 스포츠마케팅 팀으로 거대 행정을 감당해야 했던 행정적 영세성을 과감히 탈피하고 전 세계에 대구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킬 정교하고 과감한 전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새 대구시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