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연극리뷰] 폭력의 트라우마도 웃음으로 치유하는 천재적 감각의 강훈구식 <미미의 미미한 연애>의 방식

입력 2026-05-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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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미미의 미미한 연애
미미의 미미한 연애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강훈구 연출의 신작 <미미의 미미한 연애>(작, 조민송 / 공놀이클럽) 은 어딘가 불안하고 평범해 보이지 않는 극 중 인물 미미의 연애담 같은 성장 서사로 읽힐 수 있지만, 은둔형 외톨이처럼 방 안에 틀어박혀 공포영화에 빠져 살아가는 미미의 사랑은 가정폭력의 기억으로 인한 불안과 결핍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 한 청년의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웹툰 로맨스 코미디 같은 감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대체적으로 대물림되는 가정폭력을 다루는 작품들이 폭력의 내재성과 사회적 불안, 비극적 가족 서사를 중심으로 무겁게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면, <미미의 미미한 연애>는 가정폭력 트라우마의 폭력성을 자극적으로 배치하기보다 사랑을 통한 치유과정을 청춘 로맨스 같은 코믹한 상황과 동거, 취업 불안, 고립감,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혼족화되어 가는 청년세대의 사회적 문제들과 연결해 풀어내는 작품이다.

특히 공포영화 패러디와 로맨스 코미디, B급 감성의 시트콤적 상황극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비극조차 놀이화시키는 강훈구 연출의 감각과 조민성 작가세대 특유의 날 것 같은 감성 대사들과 맞물리며 90분을 쉼 없이 밀고 간다. 미미와 기승이 원룸 동거를 시작하며 주고받는 쇼츠 같은 대사들은 메신저식 대화와 웹툰의 리듬감으로 시트콤화되며 극 중 장면들을 빠른 속도로 전환하고, 에피소드들은 미미의 현실과 내면, 환상 구조로 확장되면서도 서사의 안정감을 유지한다. 여기에 강훈구 연출 특유의 천재적인 놀이성이 더해지면서 공포영화 패러디와 로맨스 코미디, B급 감성의 시트콤 적 상황극, 입체 동화 같은 무대 전환 구조들이 공놀이클럽 특유의 놀이성으로 전경화되어 아빠에 대한 폭력의 트라우마와 기승과의 사랑, 미미엄마의 결핍된 사랑까지도 마치 웃음으로 치유해가는 듯한 무대의 전경으로 이어진다.

미미의 미미한 연애
미미의 미미한 연애

특히 무대는 미미와 엄마의 내면처럼 균열된 레고 블록처럼 조립되고 해체되는 구조로 구현되는데, 아이디어가 천재적이다. 배우들은 미미를 제외한 일인다역 구조 속에서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을 이어간다. 배우 구도균, 김정아, 류세일, 박은경의 감각적인 연기 역시 <미미의 미미한 연애>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며, 미미의 현실과 환상, 공포영화와 로맨스 코미디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속도감은 웹툰 읽기보다 코미디 콩트를 보는 듯한 재미가 크다. 강훈구 작품 중에 웃음 반응이 가장 많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특히 아파트 출입문과 방 구조, 전단과 오브제의 위치 변화만으로 공간과 관계가 전환되고, 화장품 방문판매를 나서는 미미를 통해 청년세대의 고립성과 세대의 사회문제를 포괄하는 작가의 시선도 좋다.

강훈구 연출 특유의 놀이적 상상력과 작가의 거침없는 쇼츠 같은 대사들은 청년세대의 불안정한 삶과 미미엄마의 결핍된 사랑, 미미의 폭력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마치 미미의 자아적 환상을 보는 듯한 입체 동화 같은 무대로 시각화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시트콤 같은 극 중 장면들과 특정 장면에서는 콩트처럼 보이는 극 중 장면들도 <미미의 미미한 연애>의 장점이다. 다만 마지막에 아버지의 폭력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미미가 괴롭혀온 아빠 문건식과 환상의 내면에서 화해하는 듯한 장면은, 이 작품이 특정 개인의 경험적 서사로만 좁혀질 수도 있다. 연극적 일루전과 강훈구식 놀이적 전환성에 비해 다소 현실적인 장면으로 개입되면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아빠 또한 폭력으로부터 대물림됐다는 설정 자체의 소재가 전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미의 미미한 연애>는 강훈구 연출과 조민송 작가의 조합이 상당한 작품이다. 미미 역의 박은경과 기승으로 분한 류세일의 연기가 극장장면들을 감각적으로 살리고 있고 구도균과 김정아 배우의 연기 베이스가 작품을 받치고 있다. < 미미의 미미한 연얘>는 이달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6월 3일부터 7일까지는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공연된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미미의 미미한 연애
미미의 미미한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