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설계·전문감리 부재가 사고 키웠다"
토목학회, 정부·국회에 긴급 제도 개선 5개항 촉구
대한토목학회가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개인 과실이 아닌 구조적 제도 공백이 부른 참사"라고 규정하며 정부와 국회에 긴급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노후 사회기반시설 해체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 신축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해체 공사에 특화된 별도 안전 기준과 감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2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지난 26일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 뒤 노후 인프라 해체 공사 전반에 대한 제도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학회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국내 건설 제도의 '3대 구조적 공백'을 지목했다. 우선 교량 등 토목 구조물 해체 과정에서 사전 해체설계 의무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건축물과 달리 구조역학적으로 복잡한 토목 구조물은 철거 전 정밀 해체설계가 필수적이지만, 관련 법적 의무 규정은 부재하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미국토목학회(ASCE)가 지난해 '교량 철거 전용 기술지침'(MOP 157)을 별도로 제정한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 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적정 공사비 산정 체계 부재도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학회는 "구조해석 비용과 임시 지지 구조물 설치비, 계측비 등이 표준품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저가 발주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현장 안전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생략되는 문제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전문 감리 체계 미비 역시 핵심 문제로 꼽았다. 현재 건축물은 해체 전담 감리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토목 구조물 해체 공사는 일반 신축 공사와 같은 건설사업관리 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철거 현장임에도 해체 전문 감리 인력과 자격 기준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학회는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해체설계 선행 용역 의무화 및 법제화 ▷해체공사 표준품셈 정비와 적정 공사비 보장 ▷토목 구조물 해체 전담 감리자격 신설 ▷붕괴 징후 발생 시 원격점검 우선 의무화 ▷공적 안전점검 참여 민간 전문가 보호체계 마련 등 5대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승헌 토목학회장은 "제도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이번 서소문 사고와 같은 참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며 "전국에 유사한 노후 교량이 수천 개에 달하는 만큼 이번 사고를 인프라 안전 제도를 전면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관계 부처와 국회와 협력해 실효성 있는 법령 개정과 대안 마련에 학회의 전문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