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연꽃의 계절 여름이다. 연꽃 철이면 청도 유등지 군자정(君子亭)으로 연꽃을 보러간다. 연꽃은 생일도 있다. 음력 6월 24일이 '연꽃 하(荷)' 자를 쓴 관하절(觀荷節), 연꽃날이다. 연잎이 푸르러지고 땀이 나기 시작하는 단오 무렵이면 서로들 부채를 선물한다. 올해 더위도 잘 보내시라는 배려의 풍속이다. 그래서 부채의 아칭이 '인풍(仁風)'이다.
여름에는 부채가 겨울에는 새해 달력이 요긴해 "향중생색(鄕中生色)은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곧 동네에서 인심 얻기로는 여름부채요 겨울달력이라고 했다. 한 철 쓰고 나면 다 해져버려 여름이 돌아오면 꼭 다시 필요한 물건이 부채다. 정조대왕께서 다산 정약용에게 부채를 하사했다. 다산이 펼쳐 보니 단원 김홍도의 연꽃 그림이 있는 그림부채였다. 아쉽게도 이 선면화는 전하지 않지만 김홍도의 연꽃 그림은 '하화청정(荷花蜻蜓)'에서 볼 수 있다.
연꽃은 참 오묘한 꽃이다. 불교의 꽃이기도, 유교의 꽃이기도, 누구나의 꽃이기도 하다. 줄기와 잎과 꽃은 늘 맑고 깨끗해 본체청정(本體淸淨)하고, 뿌리는 진흙 속에 있지만 처염상정(處染常淨)하다. 그래서 사바세계의 예토(穢土)에서 깨끗한 땅 정토(淨土)로 옮겨주는 연화화생(蓮花化生)의 매개체가 됐나보다. '무량수경'에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중생은 크고 아름다운 연꽃에 의지한다고 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송나라 주희(朱熹)보다 60여 년 전에 태어난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군자의 기상에 비유해 화중군자(花中君子)라고 했다. 향기가 멀리까지 더욱 맑은 향원익청(香遠益淸)의 연꽃이다.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은 연당(蓮塘)과 연당(蓮堂)이 그림의 반반이고, 아름다운 연꽃과 아름다운 여성이 또 그림의 반반이다. 연꽃은 어느 한가한 여름날, 기방의 툇마루에 앉아 생황 연주에 몰입한 기녀와도 어울린다. 잠시 숨을 돌리며 긴 담뱃대를 빼어 들었다. 신윤복은 꽃 중의 군자인 연꽃과 미인이 서로 짝이 된다고 여겼을 듯하다. 상쾌한 담채와 스스럼없는 필선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대가의 실력이다.
연꽃은 불교의 장엄물이고, 유교의 수신(修身)이며, 품위 있는 주택에서 방지(方池)로 꾸미는 '연(蓮)못'의 주인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