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 노조법 기준 적용"…원청 사용자성 인정 안 해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을 7년 6개월 만에 확정한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1일 "HD현대중공업에 면죄부를 준 반노동 판결"이라며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무려 9년의 세월을 법정에서 싸워온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건 그들의 권리를 완전히 짓밟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수십년간 다단계 하청 구조 뒤에 숨어 이윤을 독점하고 책임은 회피해온 원청 대기업에 대법원이 사법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오늘 대법원은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발로 걷어찼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더욱 경악스러운 건 이미 시행 중인 법률마저 정면으로 유린했다는 사실"이라며 "수십만 하청 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쟁취한 입법 성과를 대법원은 판결 하나로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앞장서 법의 실효성을 말살하는 이 행태는 삼권분립 파괴이자 입법권에 대한 사법부의 노골적 역행"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또 "오늘 판결은 HD현대중공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조선·자동차·물류·건설 등 다단계 하청 구조가 지배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수백만 비정규직·하청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통째로 박탈하는 위험한 선례로 작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법원의 반헌법적·반노동적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청 책임 강화와 실질적 사용자성 인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으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상고기각을 선고했다.
대법관들의 다수의견은 "구 노동조합법 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기존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일명 '노란봉투법'은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제시한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