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가 주목했던 대구 물산업, 빛바랜 성장 서사

입력 2026-05-25 13:28:11 수정 2026-05-25 13: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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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물산업클러스터 품고도 정책 우선순위서 밀려

지난 2015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지난 2015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인 브라질에서 온 대표단이 대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매일신문DB

한때 대구 물산업은 지역 신산업의 대표 주자였다. 2015년 세계물포럼이 대구에서 열렸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엑스코 전시회에는 39개국 294개 업체가 참여해 물 관련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고, 대구는 국제무대에 물산업 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세계물포럼은 이후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으로 이어지며 대구 물산업 성장의 출발점이 됐다.

대구 물산업이 본격적인 사업 기반을 갖춘 계기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이었다.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에 조성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2019년 문을 열었다. 전체 규모는 65만㎡, 총 사업비는 2천950억원이다.

클러스터는 물산업 진흥시설과 실증화단지, 집적화단지로 구성됐다. 기업이 개발한 물 기술을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의 실증, 인증, 사업화 단계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실증과 인증 기능은 물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산업은 제품의 신뢰성과 성능 검증이 시장 진입의 핵심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이 같은 과정을 한곳에서 지원하며 지역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판로 개척을 뒷받침하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2019년 한국물기술인증원이 대구 물산업클러스터에 들어선 것도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조성 당시 환경부는 물 기술과 제품의 품질 및 성능 확보와 물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인증원은 물 분야의 인·검증 기능을 담당하면서 클러스터의 실증 기능과 결합해 대구 물산업 생태계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후 대구 물산업은 국제회의와 학술 네트워크를 통해 외연을 넓혀왔다. 대구는 세계물포럼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물 관련 국제행사를 유치해 왔고, 최근에는 물산업의 범위를 여과·분리기술과 첨단 제조 분야로 확장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과 기술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의료 분야와도 연결된다. 물산업이 전통적인 상하수도 중심 산업에서 첨단산업 기반 기술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물산업은 대구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분야라는 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봇과 모빌리티, ABB 등은 이미 수도권과 울산, 평택, 화성 등 선도 지역이 뚜렷하지만 물산업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대구가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이라는 설명이다.

입주기업 유치 효과도 적지 않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에 따르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공장을 짓거나 부지를 확보한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은 수도권과 대전, 부산 등 외지에서 이전하거나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이다.

이창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기업이 공장을 옮기는 것은 공공기관 하나를 이전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대구시가 물산업에 더 관심을 갖고 전국 물기업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