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의 행복살롱] (7)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입력 2026-07-22 10: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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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너그럽게 사랑하라"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 "일상 속 순간들과 소소한 낭만에서 행복"

독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년)는 '모든 가치의 전도'를 통해 기존 형이상학의 토대를 전복하고 철학적 사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인물이다. '신은 죽었다'가 대표적이다. 절대자, 즉 절대적 진리가 실종된 세상에서 비로소 인간은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실존적 존재'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미다. '위버멘쉬'라는 개념도 유명하다. 우리말로는 '초인', '초월자' 정도로 번역된다. 인생의 허무와 불합리를 주체적으로 극복하는 실존적 인간의 전형을 뜻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의 사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책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난쟁이에게 '순간'이라고 적힌 성문을 가로질러 나 있는 길을 보라고 한다. 성문 뒤쪽으로는 과거의 골목길이, 성문 앞쪽으로는 미래의 골목길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금 이 순간에 서 있다. 니체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서 지금 이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없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 순간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고 평생을 병마에 시달리며 외롭고 힘든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이런 난관 또한 아름답게 바라보며 매일 아침 긍정을 외쳤다. '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 현재의 삶이 아무리 허무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주저앉지 말고 주도적이고 의욕적으로 자기 인생을 사랑하라는 의미다. 니체의 행복론을 들여다보자.

▷행복이라는 나무는 불행이란 나무와 함께 자랄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세상의 슬픔 바로 옆에, 그리고 온갖 재앙을 쏟아내는 화산 지대 위에 행복이라는 작은 정원을 건설해왔다. 그러므로 행복을 원한다면 불행이 찾아올 때 오히려 더 감사해야 한다. 불행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원하는 행복은 절대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함께 성장하고 함께 성장을 멈춰버리는 그런 관계다.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두 종류의 행복한 사람이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대담한 일을 하지만 결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러 번 몰락과 파멸을 경험한 사람이다. 이 중 후자가 더 행복하다. 이 사람은 실패를 통해 자신의 욕망이나 계획을 너무 심각하게 취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고난이 와도 불행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첫 번째 유형의 인생은 세상에서 극소수일뿐더러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 약간의 고통만 찾아와도 삶을 망쳐버리기 쉽다. 그래서 성공 보다는 실패할 때 더 감사할 의무가 있다.

▷운명은 기대하지 말고, 우연은 환영하라= 좋은 직장, 좋은 집 등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미래를 계획한다. 하지만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기대대로 항상 이뤄지지 않고 그럴 경우 불행하다 생각한다. 반면 꼭 이루고 말겠다던 목표 보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우연한 일들이 오히려 우리를 더 기쁘게 한다. 무의미하고 사소한 것들에서 즐거워하고 웃음이 터질 때 소소한 행복감이 찾아온다.

▷행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란 없다= 누구든지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법칙들을 내면에 소유하고 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자기 나름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야 하고, 삶의 어떠한 방식이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 무언가에 의지하며 살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오직 자기자신 만을 의지해야 한다. '내가 진정으로 나 답게 사는 것'이 초인의 삶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행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란 있을 수 없다.

▷행복하고자 한다면 삶에 의욕을 가져라= 사람들은 단순히 행복을 원하기만 할 뿐 정작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또 평화로운 날들이 찾아오면 오히려 불안과 비참함을 기원한다. 행복하고자 한다면 행복한 삶에 대한 의욕을 가져야 한다. 매 순간 행복한 사람의 태도로 행동해야 한다. 나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행복해지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 모든 행복의 공통점은 충만한 감정과 그것에 수반되는 자부심, 이 두 가지다.

▷행복한 시대는 없지만 언제든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다= 우리네 인생은 늘 바라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영원히 행복할 것 같지만 한순간에 부서지기 쉬운 것이 우리의 삶이다. 역설적으로 영원한 행복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현재 행복한 이 순간에 더 집중하게 해 준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충만함과 자부심으로 가득 채워 보자.

▷네 운명을 사랑하라= 우리네 인생이 고달픈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단 하나 뿐인 이 삶을 사랑하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너그럽게 사랑하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려면 지금 당장 고통으로 가득 찬 현재의 삶을 긍정해야 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러니 더 깊이 감사하라. 행복이나 불행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재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며 감사하는가에 달려 있다.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포스텍 박태준학술정보관 안에 서 있다. 이현주 기자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포스텍 박태준학술정보관 안에 서 있다. 이현주 기자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

오옥균(64) 씨는 포스텍(포항공대) 행정직 교직원으로 34년 간 일하다 2022년 기획부처장 직을 끝으로 정년퇴직했다. 그에게 중요한 삶의 키워드는 '낭만'이다. 일상 속 소소한 낭만으로 조용한 행복을 일궈가는 중이다. 지난 5월 에세이 '낭만리부트'(부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낭만을 연습한다')도 출간했다.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은 지난해 몽골 고비사막 투어를 다녀왔다. 본인 제공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은 지난해 몽골 고비사막 투어를 다녀왔다. 본인 제공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듄 45 모래언덕에 앉아 있다. 2017년 여행 장면. 본인 제공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듄 45 모래언덕에 앉아 있다. 2017년 여행 장면. 본인 제공

-지금까지의 인생여정을 들려달라.

▶돌아보면 노력 만큼이나 '운'이 따른 감사한 삶이었다. 어린 시절엔 경남 합천 등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살았고, 중학교 1학년 말 무렵 대구로 나왔다. 이후 꽤 거친 성장통을 겪었다. 촌놈이라고 놀리는 아이들과 자주 부딪혔고 연합고사에는 겨우 턱걸이로 통과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도 재수를 한 끝에 계명대 법정계열에 들어갔지만 공부나 사회 문제 보다 디스코텍을 다니고 와이셔츠를 맞춰 입는 데만 정신을 팔았다.

그러다 군 복무를 마칠 즈음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 후 마음 잡고 공부했고 경북대 대학원에도 합격했다. 그러던 중 학교(계명대)에 들르게 됐는데 조교 선배가 "포항에 새로 생긴 대학(포스텍)에서 행정직 추천서가 왔는데 시험 한번 쳐봐라"고 권유했다. 직장도 다니고 대학원도 병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응시했더니 운 좋게 합격이었다.

직장 생활은 재미있었다. 내가 한 일보다 더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아내를 만났고 대학의 큰 그림을 기획하는 일도 적성에 잘 맞았다. 인생의 큰 변곡점은 40대 초반(2001년 무렵)에 찾아왔다. 기획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기계공학과 행정부서로 발령이 난 것이다. 이때부터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조직의 이름을 떼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강한 사람이지?"

이 질문이 삶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나를 탐구하는 공부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우선 여러 과학적 도구로 나를 들여다보고 인문학 공부도 닥치는 대로 했다. 한국형 자기계발 분야 1세대로 불리는 고(故) 구본형 선생을 스승 삼아 '꿈벗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그러던 와중 직장에서 전 보다 더 큰 기획 업무를 추진할 기회가 생겼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당시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 대형 국책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런 일들을 성공시킨 인연으로 정년퇴직 이후인 현재도 생명공학연구센터 경영본부장 역할과 포스텍 최고경영자과정 사무처장 직을 맡고 있다.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텃밭을 가꾸고 있다. 이런 행위가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본인 제공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텃밭을 가꾸고 있다. 이런 행위가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본인 제공

-살아보니 어떤 게 행복인 것 같나.

▶인생은 어떤 결승점에 도달하는 경주라기 보다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인생은 거창한 한 방이 아니라 순간들의 합이고, 행복도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행복을 멀리서 찾기보다 평범한 하루에 스며든 황홀함에서 발견하려 노력한다.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길을 걷는 반복 속에서도 햇빛의 결이 달라지고 바람의 온도가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그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눈과 마음이 있다면 하루는 늘 처음 걷는 길처럼 새로워진다. 특별한 사건도 필요치 않다. 골목 산책, 커피를 내릴 때 퍼지는 향을 맡는 순간 등 사소한 감각이 평범한 일상을 잔잔한 축제로 바꿔 놓는다.

거창하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의미 있고 재미있는 삶이면 충분하다. 그런 차원에서 요즘 '남은 삶을 어떻게 더 풍성하게 만들까' 하는 고민 끝에 그림을 배우고, 텃밭을 가꾸고, 여행을 자주 다니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는 '낭만'이다. 이는 일상을 보다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앞으로 이 낭만을 혼자만의 감각으로 두지 않고 함께 나누는 실천으로 옮기려 한다. 연말쯤 인문예술·교양 커뮤니티인 '살롱 드 로망스'(Salon de romance)를 개설해 소수(20명 정도)의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리기 위해 원두를 갈고 있다. 이현주 기자
오옥균 전 포스텍 기획부처장이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리기 위해 원두를 갈고 있다. 이현주 기자

-젊은세대에게 행복 관련해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자이건 빈자이건, 명예가 있건 없건 간에 누구나 다 걱정이 있고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러니 남과 너무 비교하지 말고 자기 리듬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남이 정해준 기준과 속도에 맞추느라 애쓰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놓치기 쉽다.

'자기 답게'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내 안에 원래 있던 취향과 결을 인정하고 허락하며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가는 일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가능하면 좋은 곳으로 가서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것이다. 결국 인생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의 연속이다. 좋은 곳에 있으면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또 좋은 환경으로 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환경과 관계가 서로를 끌어올리다 보면 결국 나 자신도 더 좋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아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