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넣을수록 한숨"…면세유·비료값 폭등에 농촌 '휘청'

입력 2026-05-14 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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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에 면세 경유 1천500원 육박…농민들 "농사 시작도 겁난다"
비료·농약·비닐값까지 줄인상…경북 북부 영농비 부담 급증
"생산비 상승 결국 밥상물가로"…농가·지자체 대책 마련 고심

요소비료가 금값으로 뛰면서 적은 양이라도 농가마다 비축을 하며 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청송의 한 사과농가 창고 모습. 전종훈 기자
요소비료가 금값으로 뛰면서 적은 양이라도 농가마다 비축을 하며 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청송의 한 사과농가 창고 모습. 전종훈 기자

예천에서 벼농사를 짓는 최모(64) 씨는 매일 아침 비료 창고 문을 열 때마다 한숨부터 내쉰다. '복덩이'에서 '돈덩이'이가 된 비료 포대가 줄어들 때마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비료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지만, 하루가 다르게 뛰는 가격에 농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는 "인건비에 비료값에 기름값까지 전부 오르니 농사를 지을수록 남는 게 없다"며 "비료를 줄이면 벼 상태나 수확량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탓에 아낄 수도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요소비료 사용도 부담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비료와 면세유 가격이 동시에 치솟으면서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촌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농자재 시장에 직접 반영되면서 농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료 가격 국제정보지(FMB)에 따르면 중동산 국제 요소 가격은 지난 2월 27일 1톤(t)당 493달러(약 72만원)에서 3월 23일 780달러(약 113만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도 770달러 안팎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요소비료 구입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안동지역 농자재 판매점 등에 따르면 요소비료 20㎏ 한 포대 가격은 최근 3만원 후반대에서 4만원 안팎까지 형성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1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몇 배가 오른 셈이다.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박모(59) 씨는 "과수농가는 봄철 새순이 올라오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에 비료를 집중적으로 써야 한다"며 "특히 사과는 생육 관리가 중요해 요소비료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농협 관계자들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에서 '요소 비료와 복합 비료 재고는 5월 분까지, 요소 원자재 재고는 6월 분까지 확보돼 있다'고 해서 농가의 재고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기름값에 농민들 한숨

지난 13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산읍 한 주유소. 농기계를 실은 김모(67) 씨가 주유기에 찍히는 금액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는 "트랙터 같은 농기계를 하루 종일 돌리면 기름값만 수십만원이 들어간다"며 "비료값도 몇 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라 이제는 농사 시작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농가의 유류비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논갈이와 밭작업, 방제 작업 등 대부분의 영농 과정에 트랙터·관리기 등 경유를 사용하는 농기계가 필수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13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농업용 면세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천499.1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일보다 35.8%(약 395원)가 오른 수준이다.

안동지역 한 면세유 판매 주유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농민들이 한 번에 몇 드럼씩 주문했는데, 요즘은 부담이 크다 보니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넣고 간다"고 했다.

게다가 비닐과 농약, 농기계 수리비, 운송비 등 영농에 필수적인 비용이 줄줄이 올라 농가 부담이 전방위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농민수당 조기 지급 등을 통해 우선 농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긴급 자금 지원 등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