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협상 결렬' 노조 총파업 가시화에 투심 위축
김용범 '국민배당금' 발언 악재까지…외국인 매도세 가속
하이닉스 43% 오를 때 삼전 27% 상승 '박탈감'
"주주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기업 실적이나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을 감내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주가가 부진할 때도 고통 속에 상황을 버티는 건데, 도대체 뭐 때문에 이 이익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고 하는 건지 황당할 지경이다. 기업이 큰 이익을 봤으니까 주식을 사지도 않았는데 배당 주자는 말이면, 회사가 큰 손해 보면 국민이 메꿔줄 거냐?"
삼성전자 주주들이 연일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시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어닝 서프라이즈가 오히려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 배당금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9.09포인트(2.29%) 내린 7643.1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일 지수는 장 초반 7999.67까지 치솟으며 사상 첫 8000대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이후 급격히 방향을 틀며 장중 한때 5.12% 떨어진 7421.71까지 밀렸습니다. 장 초반 29만15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는 26만6000원까지 급락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급락의 방아쇠를 당긴 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금' 발언이었습니다.
김 실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며 이른바 '국민배당금' 논의를 제안했습니다.
김 실장은 "AI 시대의 초과 이윤은 속성상 집중된다"며 "메모리 기업 주주,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 보유자처럼 이미 생산 자산에 접근한 계층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매우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구조적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 것인가. 그 원칙에 가칭 '국민배당금'이란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장문의 글을 썼습니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심, 중동 전쟁 등 대외적인 영향도 물론 있지만 시장은 특히나 AI·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초과 이익 환수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한 고위 정책당국자가 AI로 발생한 이익에 대한 세금을 활용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혀 투자자들이 정책 범위를 해석하는 데 혼선을 겪으면서 코스피는 한때 5.1%까지 급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측은 "정책실장이 소셜 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도 "기업 이익에 새로운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AI 산업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동요한 뒤였습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김 실장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정부 고위 관료의 무책임한 발언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분노했습니다. 특히나 삼성전자 주주들의 원성은 컸는데요.
삼성전자는 이미 노조의 총파업 예고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지난 24일 평택사업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노조는 회사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현재 적용 중인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입니다.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지급 방식의 제도화 여부입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고정 비율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국내에 진출한 미국 및 글로벌 기업들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가 하락하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노조 리스크 영향 속에 같은 반도체 대형주인 SK하이닉스에 비해 주가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더딥니다. 노조가 파업 선언을 했던 지난 30일 SK하이닉스 주가는 0.54% 내렸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2.43% 하락했습니다. 이후 지난 12일까지 하이닉스가 42.69%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는 26.53%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노사 간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전 9시42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4.48% 하락 중입니다. 같은 시각 0.6% 하락 중인 하이닉스 대비 낙폭이 깊습니다.
노조 파업 우려에 이어 청와대 발언이 겹치면서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최근 4거래일 연속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9조8365억원어치 팔아치웠습니다.
삼성전자 한 주주는 "SK하이닉스 주가 오르는 거 보면 박탈감이 크다. 노조와 청와대에 묻고 싶다. 회사가 적자가 나면 연봉 15% 삭감하고, 나랏돈을 투입해 줄 거냐. 기업이 매년 흑자만 내는 것도 아닌데, 적자 볼 때를 대비하자는 생각 안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나 노조나 스스로 파국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입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39조9563억원으로 3개월 전 166조2084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LS증권은 목표가 32만원, 키움증권은 33만원, SK증권은 50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반도체 호황 속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 하지만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청와대 고위 관료의 국민배당금 발언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외국인 매도 폭탄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선방했던 주가를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