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유변] 임신은 늘었지만 출산은 위험해졌다, 두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응급실 뺑뺑이

입력 2026-05-1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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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
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

난임치료의 발전은 분명 의미 있는 의료의 성과다. 정부의 지원과 기술의 축적을 통해 더 많은 부부가 임신의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같은 산부인과 영역 안에서도 불균형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현재 의료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은 분명하다. 난임 분야는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출산을 실제로 담당하는 산과는 인력 부족과 높은 법적 위험 속에서 점점 위축되고 있다. 난임치료로 임신에 성공한 이후,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책임질 시스템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고령 산모가 증가하면서 임신성 고혈압, 당뇨, 조산 등 다양한 합병증이 늘어나고 있으며, 한 건의 분만이 갖는 위험도는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그럼에도 이를 감당할 산과 인력은 줄어들고 있고, 신생아를 책임질 소아과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응급실 뺑뺑이'는 모든 분만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고위험 산모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고위험 분만이나 응급수술이 가능하려면 산과 의사뿐 아니라 마취과 의사, 즉시 사용 가능한 수술방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상태가 불안정한 신생아를 대비해 기관삽관 등 고난도 처치를 할 수 있는 소아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신생아중환자실의 '자리'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이때 말하는 자리는 단순한 병상 하나가 아니다. 인큐베이터와 인공호흡기, 모니터링 장비 등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장비와 이를 운영할 숙련된 인력이 함께 갖춰진 하나의 유닛이다. 이러한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병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 전원 문의를 하며 분만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신생아중환자실이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점이다.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의 증가로 대부분의 신생아중환자실은 상시 풀베드 상태이며, 심지어 해당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들조차 입원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외부에서 전원을 받는 것은 물론 내부 환자조차 수용이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상황은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레지던트 시절, 분만이 임박한 산모를 우리 병원에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당직 의료진이 전국 병원에 전화를 돌리며 받아줄 소아과를 찾던 경험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현장에서는 반복되고 있던 일이었다. 지금은 고위험 임신이 증가하면서 그 빈도가 늘어나고, 비로소 사회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임신의 기회는 확대되었지만, 출산과 이후를 책임질 의료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급은 늘었지만 이를 감당할 시스템은 부족한 상태다. 출산은 하나의 과정이다. 임신, 유지, 분만, 신생아 치료까지 이어지는 연속된 체계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안전이 확보된다.

이제는 정책의 방향을 재정비해야 한다. 난임 지원 확대와 함께 고위험 임신을 담당하는 산과, 그리고 신생아 치료를 책임지는 소아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분야를 떠나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라면, 출산을 책임지는 의료 역시 함께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산모를 돌볼 산과 의사도, 태어난 아이를 치료할 소아과 의사도 잃게 될지 모른다.

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