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전 조율 못 한 미 재무장관의 청와대 만남

입력 2026-05-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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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2일 언론 공지(公知)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내일(13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예방을 받고 접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을 방문한 베선트 장관은 당초 13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곧바로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미·중 재무장관 회담의 장소만 제공할 뿐, '패싱'당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고위 관료가 동맹국(同盟國)을 찾으면서 협의 일정을 전혀 소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異例的)인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었던 탓이다.

특히 14일 미·중 공식 정상회담에선 대중(對中) 관세 및 무역·투자위원회 신설, 미국산 농산물·보잉기 구매를 비롯한 양국 간 현안뿐만 아니라, 이란전쟁·국제 에너지 수급 문제 등 글로벌 현안(懸案)이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미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4월에 베선트 장관과 만나 충분히 할 이야기를 다 했고 베선트 장관과는 수시로 소통(疏通)하고 있다"면서 "얼마든지 이야기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만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회동 일정도 잡힌 것이 없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도 지난 10일 SNS를 통해 "일본을 12일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을 만난다"고 알렸지만, 방한 일정에서 한국 측 인사와의 면담 계획은 없었다. '한국 패싱 논란'이 확산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서둘러 청와대 만남을 주선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推論)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눈치 보기 '셰셰 외교'로 인해 한미동맹(韓美同盟)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뒤늦은 '깜짝 회담'은 이재명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외교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