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두 번째 공립박물관을 아시나요

입력 2026-05-10 11: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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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

공립박물관에서 청춘을 바치며 일해온 필자는 어느 도시에 있든지 그곳 박물관에 관심이 많다. 도시에서 박물관이 가지는 중요성과 역할 등을 시민에게 알리고, 박물관을 그 도시의 살아있는 핵심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박물관으로 행복한 도시'를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 박물관 관련 법령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으로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진흥을 목적으로 제정돼있다. 박물관은 설립 및 운영 주체에 따라 4가지로 구분한다. 국가가 설립한 국립과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공립, 개인이 설립한 사립, 대학이 설립한 대학박물관이 있다. 이 가운데 필자가 몸담아 왔던 곳은 공립박물관이다. 정부는 국립뿐만 아니라, 전국 공립·사립·대학박물관도 시야에 넣어 골고루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 박물관 역사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공립박물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구부립박물관(대구시립박물관)이다. 1947년 5월 15일 달성공원에서 대구부립박물관이 개관했다. 잘 알다시피 달성공원은 일제강점기부터 대구·경북을 대표하던 공원이었다. 공원 중심부에는 대구신사(大邱神社)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동쪽에는 국체명징관(國體明徵館)이 있었다.

해방 이후 이 건물들은 바로 철거되지 않았다. 대구부는 1946년 초부터 '대구부박물관' 기성회를 구성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국체명징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편하여 대구부립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이때 대구 시민들은 후원회를 만들어 박물관을 적극 지원했다.

인천부립박물관이 1946년 개관했기에 대구부립박물관은 우리나라 제2호 공립박물관으로 개관한 것이다. 이후 대구부가 시로 승격돼 이름을 대구시립박물관으로 바꿨다. 이 시기 박물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대구향토역사관 근처에는 흙바닥이 잘 정비된 테니스장이 있다. 그곳에 대구부립박물관 건물이 있었다. 테니스장 흙바닥을 고르는 롤러를 자세히 보면, 옛 대구신사 입구 기둥(도리이)을 잘라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 대구부립박물관 역사를 알려주는 작은 표석이나 안내판을 설치하면 좋겠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달성공원에 우리나라 제2호 공립박물관이 있었던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박물관 연표에 이 사실이 반영돼야 한다.

최근 대구향토역사관 1층 상설전시실 일부를 개편하며 대구부립박물관 설립과 관련 역사를 전시했다. 1950년 8월, 전쟁 비상 상황에서 육군이 박물관 건물을 사용함에 따라 박물관 문을 닫고, 소장유물은 대구시립도서관으로 옮겨졌다. 이후 1958년 11월 대구시는 소장유물 1천300여 점을 경북대로 위탁했으며, 1959년 5월 경북대도서관 내에 경북대박물관을 개관했다. 군인이 떠난 국체명징관 건물은 한동안 대구시립도서관 달성분관으로 사용되다가 철거됐다.

필자는 해마다 5월에는 직원들과 테니스장 근처를 걸으며 우리나라 제2호 공립박물관 존재를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하곤 한다. 현재 대구에는 필자가 총괄하는 대구근대역사관·대구방짜유기박물관·대구향토역사관이 시립박물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3곳 전문박물관 규모로 대구 역사문화를 다 담을 수 없어 박물관인으로서 늘 아쉽게 생각하지만, 언젠가 대구시립종합박물관이 만들어지길 꿈꾸며 각 관별로 업무 범위와 역할을 구분해 대구 지역사와 전통문화를 최대한 담아내고 조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