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 칼럼] 도시는 산업으로 성장하지만, 문화로 머문다

입력 2026-05-1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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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청년은 왜 지역에 머물지 않는가. 지난 칼럼에서는 직(職)과 주(住)의 문제를 중심으로 청년 정착의 조건을 살펴보았다. 이제 청년정책 패키지의 마지막 문(文)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청년문화는 집단적 저항과 공동체 중심의 문화였다. 1970~80년대 대학가는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형성된 집단적 정체성이 중심이었다. 문화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에너지였고, 대학가와 광장은 그 중심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시대다. 오늘날 청년문화는 집단의 가치보다 개인의 취향과 삶의 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거대한 담론보다 '나의 삶'이 중요해졌고, 공동체보다 개인의 선택이 우선된다. 문화는 더 이상 집단의 외침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방식이 되었다.

문화의 공간 역시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학가와 공연장 같은 오프라인 공간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주요 무대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취향 공동체'가 형성된다. 청년은 더 이상 특정 지역에 묶이지 않는다. 연결될 수 있는 곳,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정책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정책은 여전히 일자리와 주거에 집중한다. 물론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에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년의 선택 기준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년에게 문화는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조건이다.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 다양한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가가 중요하다. 결국 청년은 단순히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도시를 선택한다.

이 지점에서 지역의 한계가 드러난다. 지역은 여전히 산업과 주거 중심의 정책에 머물러 있고, 청년의 삶을 구성하는 문화적 환경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일자리가 있어도 머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제 지역 정책은 전환되어야 한다. 직주문(職住文)이 하나의 구조로 작동해야 한다. 일자리(職)는 유입을 만들고, 주거(住)는 정착을 가능하게 하며, 문화(文)는 지속을 만든다. 이 세 요소가 연결되지 않는 한 청년의 선택은 바뀌지 않는다.

특히 문화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일자리와 소득이 미래를 결정했다면, 지금은 삶의 질과 경험이 선택을 좌우한다. 청년은 생존을 넘어 '의미 있는 삶'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RISE(앵커)사업과 '5극 3특' 전략은 지역혁신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여전히 산업과 인력 양성 중심에 머물러 있고, 청년의 삶을 구성하는 문화적 요소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혁신을 취업과 산업 중심으로만 이해하는 한, 정책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청년의 선택은 단순한 일자리 여부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대학의 역할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산업 인력을 공급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인문·예술·사회적 활동이 위축된 대학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문화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거점국립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창출하고 공급하는 공공재 역할을 해야 한다. 캠퍼스는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고,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산업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도시의 감각을 연결해야 한다.

결국 지역혁신 정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산업과 인력 뿐 아니라 문화와 삶의 질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 청년은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를 선택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문화다. 산업은 도시를 성장시키지만, 문화는 사람을 머물게 만든다. 이제는 대학이 새로운 가치와 삶의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