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조합장 선거시 전화이용한 문자에 사진 포함, '재판'
사진·영상 전송, '전화 문자는 불법, 정보통신망 카톡은 합법'
2020년 헌법소원 청구해 헌재 지난 4월 29일 불합치 판결
내년 3월 조합장선거 후보자 멀티메세지 활용 선거운동 가능
일선 농협 조합장이 내년 3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서 현실과 맞지 않게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 불합치 판정과 적용 중지를 이끌어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박영동 서안동농협 조합장. 박 조합장은 지난 2019년 3월 13일 실시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서안동농협 조합장으로 당선됐지만,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2년여 동안 재판을 받아야 했다.
선거운동 기간 중 조합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면서 후보자 사진과 공약 내용이 포함된 선거공보물이 함께 전송된 것이 위탁선거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
박 조합장은 2019년 12월 10일 1심 판결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고, 2021년 1월 22일 항소심 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이 선고돼 조합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2호에서 전화를 이용해 문자 메세지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말 그대로 문자만을 보내야 하고, 문자 외 음성·화상·동영상을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카카오톡)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음성·화상·동영상 등을 포함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선거 관련 법률 내용을 판단, 구분하지 못해 조합원 유권자와 소통을 위한 일상적인 행위로 생각, 문자를 보내면서 사진 등을 포함한 이런바 '멀티 메세지'를 보낸 것이 법적 책임으로 이어졌다.
박영동 조합장은 "조합장이란 자리에서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1심 법원의 판단 앞에서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은 길고 무거웠으며 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 감내해야 했던 마음의 짐은 지금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박 조합장은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멀티 메세지'를 불법으로 규정한 이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지만, 2020년 6월 11일 대구법원이 각하시키자, 곧바로 6월 30일 '헌법소원심판청구'(2020헌 바349)를 했다.
이 사건을 심리해 온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29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28조 본문 제2호 중 '문자 외의 음성·화상·동영상 등은 제외한다'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위 법률 조항의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덧 붙였으며, "위 법률 조항은 2026년 13월 31일 시한으로 개정될때 까지 계속 적용한다.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7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추가 결정했다.
이미 공직선거법은 2017년 2월 8일 개정을 통해 멀티메세지 전송을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써 내년 3월에 실시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문자 내용에 사진이나 영상 등을 포함한 멀티 메세지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됐다.
박영동 조합장은 "지역사회 구성원의 뜨거운 관심과 시선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한 인간으로서 자문하고 고민했던 수많은 시간들이었다"며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효력 정지 결정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조합장은 법은 공정해야 하지만 그 적용은 현실과 일반인의 상식에 얼마나 부합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피력하고 있다.
최근 마치 경쟁하듯이 정치권에서 이슈화되고 논의되는 농협중앙회 개혁 방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할 사안이라는 의견이다. 농업과 농협 관련된 이해 관계자 모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것.
박영동 서안동농협 조합장은 "협동조합은 구성원의 참여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개혁안으로 추진되기 보다는 충분한 공감과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법과 제도는 원칙을 지키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을 때 모든 조직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