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며 119 불러달라"…피습 여고생 비명에 달려간 남학생 증언

입력 2026-05-10 09: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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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누르려고 휴대전화 꺼내자 흉기가 눈앞으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상처…"여고생 살았어야 하는데 안타까워"

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묻지마 살인' 피의자 장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광주에서 귀가하다 괴한의 습격을 받은 여고생을 구하려다 다친 고교생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고교생 A군(17)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밝혔다.

A군은 사건이 벌어진 지난 5일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비명 소리를 들었다.

A군은 "처음에는 멀리서 연인끼리 싸우는 줄 알았다. 곧이어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 비명소리에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장모 씨(24)가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 B양(17)을 흉기 피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A군은 이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길 건너편으로 도착한 A 군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또래 여고생을 보고 몸이 굳었다.

A군은 "피해학생이 저를 보고 119를 불러달라고 했다. 119를 누르려고 휴대전화를 꺼내 내려다본 순간 흉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후 장 씨는 A군에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렀다. A군은 한 손에 119 신고를 위해 꺼냈던 휴대전화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흉기를 막으려다가 손등이 크게 찢어졌다.

장 씨는 곧장 A군의 목 부위를 2차례 찔렀다.

A군은 휴대전화를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범인을 밀치고, 범인이 멈칫하던 사이 현장에서 벗어났다.

A군은 의식이 희미해질 정도로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외쳤다.

지인의 신고에 B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A군 또한 긴급 봉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살인 혐의 등을 받는 20대 피의자 장모 씨를 경찰이 긴급 체포하고 있다. 장씨는 이날 오전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흉기를 찔러 여고생을 살해하고 또래 남고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살인 혐의 등을 받는 20대 피의자 장모 씨를 경찰이 긴급 체포하고 있다. 장씨는 이날 오전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흉기를 찔러 여고생을 살해하고 또래 남고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A군은 인터뷰 도중 숨진 여고생 이야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고 말했다.

A군은 해당 사건을 겪은 이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몸이 굳는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세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B양을 살해하고 A 군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구속된 장 씨는 신상정보공개 결정에 따라 오는 14일 신상이 공개된다.

장 씨는 "죽을 때 누군가를 데려가려 했다.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충동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장 씨가 '묻지마 범죄' 형태의 계획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디지털포렌식과 사이코패스 검사 등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산구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A군에 대한 '의사상자 신청'과 '자랑스러운 광주학생상' 등의 절차를 검토 중이며 보상금·의료급여·교육보호 등 지원 안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