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를 없애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6-05-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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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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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은 공연·스포츠 경기 암표 거래 근절 방안과 관련 "과징금을 세게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암표 근절법'을 신속히 입법화했고 이 법안은 지난 1월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온라인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사회적 분위기만 보면 암표 근절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보인다.

그런데 암표가 사라지면 모든 게 나아질까. 포춘코리아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19세~39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는 우리의 통념에 물음표를 던진다. 응답자의 약 72%가 티켓 구입에 실패한 뒤 2차 티켓 구매를 고려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차 티켓을 구매한 이들 가운데 "재구매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의향이 없다"는 응답보다 높았으며 거래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 역시 불만족보다 높게 나타났다. 암표는 악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정작 수요자 사이에선 2차 티켓 시장에겐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가 설명했듯 재화는 지불 의지사가 가장 높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놀이공원의 매직패스,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 2차 티켓 거래 모두 같은 원리 위에 서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돈으로 원하는 걸 얻으려는 수요가 존재하는 한 시장은 그 수요에 반응한다.

규제는 시장을 없애지 못한다. 음지로 몰아낼 뿐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에도 암표상이 티켓 구매자에게 접근해 웃돈을 주고 취소하게 한 뒤 이 티켓을 제3자가 살 수 있도록 중개해 돈을 벌거나 티켓을 먼저 양도하고 관람이 다 끝난 뒤 웃돈을 받는 등의 꼼수가 바로 나타났다. 아무리 촘촘한 그물을 쳐도 시장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틈을 찾는다.

암표에 대한 해법은 단속 강화가 아니라 2차 티켓 거래 자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원칙을 세우고 각 주가 세부 규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2차 티켓 거래를 불법이 아닌 관리의 영역으로 규정했다. 유럽 여러 국가도 대부분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런 제도적 토대 위에서 거대한 산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1976년 설립된 '티켓마스터'는 주요 공연장 티켓의 70~80%를 취급해 왔는데 지금은 거대 2차 티켓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09년 티켓 재판매로 출발한 '시트긱'도 NFL, NBA, NHL, MLS 등 북미 주요 스포츠 리그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MLB 공식 재판매 플랫폼으로까지 지정됐다.

원하는 공연의 티켓팅에 실패한 사람은 늘 있다. 부모님 생신에 맞춰 공연을 꼭 보여드리고 싶은 사람과 디지털 티켓팅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공연을 보러 갈 수 없게 됐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양도 규정 때문에 표를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모두 각자의 사정을 가졌지만 다 평범한 시민이다.

암표를 없애겠다는 의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가 존재하는 한 공급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2차 티켓 거래를 양지로 끌어올려 안전하고 투명한 규칙 안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게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더 현실적인 해법이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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