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기업, 소매유통 인공지능 전환 속도
신세계, AI기업 손잡고 'AI 유통 혁신' 추진
롯데·더현대는 이커머스 'AI쇼핑 비서' 도입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특정 소비자 취향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가 떠오르면서 유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물류부터 제품 판매까지 전면적인 AX(인공지능 전환)을 추진하며 'AI 커머스 시대' 개막을 예고했다. 유통사들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우선해 새로운 소비자 상담·제품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전처럼 제품 키워드를 검색하지 않아도 원하는 제품을 찾도록 하는 'AI 쇼핑 비서' 서비스다.
◆신세계 'AI 유통 혁신'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유통과 AI 간 시너지를 통한 '리테일(소매) 혁신'을 제시했다. 신세계그룹은 미국의 AI기업 리플렉션AI와 지난 3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소매유통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수준인 250MW(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한국 소버린 인공지능 팩토리' 건립·운영에 협력하며 신세계의 기존 유통업과 AI가 시너지를 낼 전략을 실행하는 프로젝트다.
신세계는 상품 소싱(발굴)부터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관리, 고객관리까지 사실상 유통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AI를 접목할 계획이다. 신세계의 'AI 리테일 혁신' 선두주자는 이마트다.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다루고, 가장 많은 고객 접점을 가진 계열사를 첫 타자로 낙점한 것이다.
이마트 애플리케이션 등에 상품 검색·추천과 결제, 배송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커머스'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AI를 적용하면 고객이 '가장 원하는' 상품을 '제때' 찾아 공급하고 '최적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신세계 설명이다. 신세계는 물류·재고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성과 생산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시작으로 그룹 전반에 걸쳐 AI 커머스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AI 기반 초개인화된 고객경험을 실현하며 AI 커머스 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신세계와 리플렉션AI는 정례 화상회의를 통해 이마트 리테일 혁신 실행 방안을 논의하며, AI 데이터센터 건립·운영 사업 모델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의 경우 연내 도입을 목표로 '초개인화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10월 미디어 데이(기자 설명회)에서 "인공지능이 5년간 이커머스 환경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연간 1천억원을 AI 분야에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AI를 기반으로 소비자 의도를 식별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멀티모달 검색' 기능 도입도 추진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미래 유통업에 최적화된 AI 기반 리테일 사업 모델을 구현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며 "AI를 미래 비전의 새로운 한 축으로 삼아 AI를 활용한 사업 혁신을 기민하게 진행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롯데 '패션AI' 기능 도입
유통업계는 온라인 플랫폼을 시작으로 'AI 쇼핑' 환경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에서 신규 서비스 '패션AI' 운영을 시작했다. 롯데온이 출시한 패션AI는 패션 카테고리에 특화된 대화형 검색 서비스다.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상황을 입력하면 맞춤 상품을 추천해 준다.
패션AI는 스타일, 활용 상황(TPO) 등 다양한 조건을 반영해 상품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봄 하객 원피스'나 '출근용 블라우스'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입력하면 이에 적합한 상품을 제안한다. '화사한 색상의 가디건', '하늘하늘한 티셔츠'과 같이 감성적인 표현도 인식해 추천 결과를 제공하며, 상품 소재에 따른 세탁법이나 취급 방법도 확인할 수 있다.
롯데온 측은 "키워드 중심 검색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이번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기존 키워드 검색 방식에서 한 단계 확장된 탐색 경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상품은 고객 취향과 상황에 따라 같은 재킷이라도 선택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 검색으로는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려운 만큼 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상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패션은 롯데온 매출과 수익성을 견인하는 부문이다. 롯데온은 이 서비스를 통해 패션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패션AI로 고객 취향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 활용하면 더욱 정밀한 상품 큐레이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롯데온은 향후 패션AI가 대화 정보를 파악해 연관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달 AI 쇼핑 에이전트 '하비'(HAVI)를 선보였다. 대화하듯 질문하면 AI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고 비교·추천 이유까지 지원하는 쇼핑 서비스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가전제품은 단가가 높고 사용기간이 길어 소비자가 정보 탐색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소비자가 여러 조건을 반복해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질문 맥락을 이해하고 개인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설명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고도화 과정을 거쳐 올해 하반기 하비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더현대 '헤이디' 탑재
현대백화점은 한발 앞서 'AI 쇼핑 어시스턴트' 기능을 탑재한 플랫폼을 공개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기존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합한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를 출시했다. 더현대 하이 입점 브랜드는 3천여개다. 현대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인 2천여개 브랜드와 이커머스에서 보기 힘들던 브랜드 1천여개로 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백화점이 제안하는 상품과 스토리를 통해 각자의 취향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플랫폼을 구현하고자 했다. 패션·리빙·식품 등 분야별 전문관을 숍인숍 형태로 구성하고, 메인 화면에서 계절과 공간, 취향에 맞는 상품을 '라이프스타일 패키지'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할인이나 기획전, 광고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한 게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고객 맞춤형 상품을 대화 형식으로 제안하는 자체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HEYDI) 서비스도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도입해 개인별 맞춤 큐레이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화면 최상단에 노출되는 큐레이션 콘텐츠가 소비자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현대 하이 신규 가입자는 출시 한 달 만에 23만명을 돌파했다. 한 달간 누적 이용자 수는 700만명을 기록했다. 프랑스 럭셔리 백화점 '봉마르쉐'의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 전문관이 목표 대비 3배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등 관심을 끌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 회원 중 1년 이상 구매 이력이 없다가 더현대 하이에서 구매를 재개한 고객도 3만명을 넘었다. 큐레이션 전문몰 전략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며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이라며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고객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는 등 각자의 취향을 나누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디지털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