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으로 45조 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1인당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달라는 것이다. 회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니 그만큼 나눠달라는 논리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의문이 있다. 거대한 성과급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면 적자가 났을 때 임금을 반납할 준비도 돼 있는가.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면 책임도 함께 따라와야 한다. 좋을 때 더 가져가려면 나쁠 때도 감내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 노조는 묘하게 작동한다. 실적이 좋을 때는 최대한 나눠 가지려 하면서 장기적 경쟁력이나 상생에 대한 고민은 '경영진 몫'으로 치부해버린다.
실적이 곤두박질쳐 적자가 현실이 된다면 답은 이미 눈에 보인다. "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고용 안정'을 외치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익이 날 때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손실이 날 때는 자본과 경영진의 책임이라 주장하는 이중잣대다.
그렇다면 이제 이 논의를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이익을 더 나눠 가지겠다면 손실이 날 때 해고를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당연한 기업의 권리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보상을 극대화하려면 위험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게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3조 원을 요구했고 다른 대기업 노조도 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잇달아 내걸고 있다. 기업 실적이 좋을수록 요구 금액은 커진다. 그런데 이들 중 누구도 "실적이 나쁠 때는 우리도 책임지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귀족 노조의 평균 연봉은 이미 1억 원을 넘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급론의 언어 안에서 스스로를 언제나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계급론적 세계관에서 노동자는 구조적으로 자본에 착취 당하는 존재기 때문에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언제나 약자의 자리를 참칭한다. 그 세계관 안에선 수억 원의 성과급을 탐욕적 요구로 생각치 않는다. 그저 자본가가 수십 년간 착취해간 잉여가치를 되돌려 받는 것일 뿐이다.
이종길 프리드먼연구원 통합연구센터장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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