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만원 상승시 130원 소비
수익 나면 바로 '부동산' 투자로
한국 증시가 최근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가계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증가분을 소비로 연결하는 비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주가가 1만원 상승할 경우 국내 가계는 평균 130원 정도를 소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분석은 2012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는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프랑스는 자본이득의 약 3.2%, 독일은 3.8%, 일본은 2.2% 수준의 소비 증가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자산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연령별로는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주식 자산이 1원 늘어날 때 20~30대는 약 0.015원을 소비로 이어갔지만, 40~50대는 0.011원 수준에 그쳤다. 소득별 차이도 확인됐다. 소득 하위 1~2분위는 주식 자산이 1원 증가할 경우 0.04원을 소비한 반면, 상위 4~5분위는 0.01원 증가에 그쳤다.
한은은 이에 대해 "저소득층과 청년·고령층의 경우 현금흐름이 제약적이고 차입계약에 직면한 가구가 많다"며 "자본이익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억눌려있던 소비를 늘리는 데 사용하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주식 자산효과가 약한 이유로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와 주식시장 불안정성을 지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 개인이 보유한 전체 주식 자산 규모는 2024년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77% 수준으로 미국 256%, 유럽 주요국 184%보다 크게 낮았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한국의 개인이 보유한 전체 주식 자산 규모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을 크게 하회한다"며 "이는 주식 자본이득이 가계의 소비를 위한 소득 원천으로 기능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로 미국의 약 40%, 이탈리아의 30%에 못 미쳤다.
주식 보유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된 점도 자산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 분석 결과 전체 주식 자산의 73.2%가 자산 상위 20%에 집중돼 있었다. 이미 소비 여력이 충분한 계층에 자산이 몰려 있어 주가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국내 가계가 주식 수익을 소비보다 부동산 투자로 돌리는 경향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 차장은 "특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70%는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본 이득이 부동산으로 먼저 흘러가는 현상은 과거 장기간 한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높은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 증시의 낮은 수익률과 높은 변동성 역시 소비 증가 효과를 약화시킨 배경으로 지목됐다. 연구진은 국내 가계가 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1~2024년 한국 증시의 월평균 기대 수익률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었고, 변동성은 10% 더 높았다. 상승 지속 기간 역시 한국은 평균 2.3개월로 미국 3.1개월보다 짧았다.
다만 한은은 최근 들어 이런 제약 요인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개인 투자자 증가와 투자층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내 주식 투자자 가운데 청년층 비중은 2019년 대비 2025년 5.5%포인트 늘었고, 중·저소득층 비중도 같은 기간 2.2%포인트 증가했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 개인 투자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글로벌 AI(인공지능) 수요 확대 수혜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주식시장에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청년층 및 중·저소득층은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 전체의 자산효과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 상승 폭 자체가 커진 점도 변수로 꼽혔다. 한은은 지난해 가계의 주식 자본이익 규모가 429조원으로, 2011~2024년 평균의 22배 수준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75.6% 상승했고, 올해도 7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주식시장 체질이 개선될 경우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소득 증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산효과도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차장은 "지금과 같이 주가 우상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자본이득 지속성에 대한 기대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