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관광객 잡아라]대구 곳곳 외국인 관광객 눈길…먹거리·도심 접근성에 발길 이어져

입력 2026-05-05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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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주요 전통시장 등 관광지에 외국인 발걸음
대구, 길거리 음식·도심 접근성 이점 영향
외국어 안내, 숙박시설 다양성 등 과제로 꼽히기도

지난 4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대만에서 패키지여행으로 온 외국인 관광객 10여명이 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임재환 기자
지난 4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대만에서 패키지여행으로 온 외국인 관광객 10여명이 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임재환 기자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여행 트렌드가 '재방문·체험형'으로 변화하며 대구를 포함한 지방 도시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교통 접근성과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대구가 영남권 관광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먹고, 보고, 즐기고 '체험형 소비'

지난 4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여행용 가방을 멘 외국인 관광객 16명이 대추와 버섯 등 한국 임산물 앞에 발걸음을 붙잡혔다. 낯선 식재료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서로 사진을 찍는 등 호기심 어린 반응이 이어졌다.

대만에서 패키지여행으로 왔다는 A(21) 씨는 "대구에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하여 이곳으로 여행지를 정했다"며 "오늘이 5일차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시장에서 국수를 먹었고 기대 이상이었다. 또 한국을 온다면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5월 황금연휴와 해외 주요 국가들의 휴가 일정이 맞물리면서 대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의 배경에는 지역 먹거리와 도심 접근성이 결합된 매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구로 향하는 데는 '체험형 소비' 흐름이 뚜렷하게 작용하고 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먹거리와 일상 문화를 함께 즐기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역만의 K-푸드 열풍도 관광객 증가를 견인하는 요소다. 떡볶이와 막창 등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먹방 관광' 수요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역 특색이 뚜렷한 음식이 여행의 주요 목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대구 중구에서 열린 수제버거 페스티벌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개별 여행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한국 브랜드의 이색적인 햄버거를 사진으로 담으며 맛을 즐기는 등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도심 접근성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의 전통시장들과 동성로가 가까워 이동 부담이 적은 데다, 한 공간에서 쇼핑과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특히 카페와 음식점, 상업시설이 밀집한 동성로 일대는 자연스럽게 체류 시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 회장은 "최근에 플리마켓 '놀장'에 유명 감자 가게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면서 외국인들에게 '동성로는 사람이 많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며 "상가 점포들에 먹거리가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데, 입소문이 퍼지면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관광객 증가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어 안내 체계와 숙박시설의 다양성 등은 여전히 개선 과제로 꼽힌다.

대구시 관계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지난해 약 4억2천만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확대했고, 동성로 일대에는 관광 안내소와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하고 있다"며 "대구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을 겨냥해 박람회 등에서 대면 홍보를 강화하고, 지역의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달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외국인방문객 회복세, 지역 기대감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업계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외국인 방문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기준 외국인 방문객은 2019년 1천750만 명에서 코로나 여파로 2021년 96만 명까지 급감했지만, 이후 반등해 2023년 1천103만 명, 2024년 1천637만 명으로 회복했고 2025년에는 1천893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 역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은 2021년 4만8천 명까지 줄었으나 2022년 14만4천 명, 2023년 25만4천 명, 2024년 26만2천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1만3천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 속도는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광 수요의 질적 변화도 눈에 띈다. 관광 리딩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초 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은 향후 1년 내 한국을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3회 이상 방문한 '단골 관광객' 비율도 45%에 달했다. 이들은 단순 관광을 넘어 K-팝 댄스, 메이크업, 한식 요리 등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관광을 선호했다. 재방문이 늘수록 서울에 집중됐던 여행 패턴이 대구를 비롯해 경주·전주 등 지방으로 확산되는 특징도 확인됐다.

실제 여행 플랫폼 데이터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수치로 나타난다. 글로벌 여행 온라인 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5월 연휴 기간 한국행 항공권 예약은 전년 대비 36% 증가했고, 호텔 예약 증가율은 포항 180%, 대구 167% 등 지방 도시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성덕대왕신종을 둘러 본 후 전시관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달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성덕대왕신종을 둘러 본 후 전시관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 같은 흐름은 대구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는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한 고속철도망과 대구국제공항을 통한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경주·포항·안동 등 경북 주요 관광지와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 거점으로서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지역 관광 수요로 연결되는 구조다.

지역 한 호텔 관계자는 "패키지 관광이 아니라 개별 여행 형태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경북으로 이동하기 전 대구에서 하루 정도 머물며 쇼핑과 식사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대구 약령시 한방 투어와 같은 특화 콘텐츠 역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단순 방문을 넘어 체험과 학습을 결합한 관광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관광객 유입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는 것은 단순 회복을 넘어 관광 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구는 교통과 입지, 주변 관광지 연계 측면에서 영남권 관광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